산업 산업일반

[원자력 바로 압시다]<10>방사성폐기물처분장 끝이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6 06:23

수정 2014.11.07 13:46


‘D-3’.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종합관리시설 공모 마감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방사성폐기물 사업은 지난 86년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부지 선정에 착수한 이래 올해로 꼭 15년이 됐다.

지난 15년 동안 정부와 한전(현 한국수력원자력㈜)은 처분장 부지마련을 위해 매진했으나 반핵주의, 지역이기주의 등에 부딪쳐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이번 2차 공모에서 정부와 한수원㈜이 기대를 걸었던 지역은 전국 46개 임해지역 중 전남 영광,고창,강진,진도 등 4곳. 이중 강진과 진도는 자치단체장이 ‘절대 불가’ ‘절대 반대’ 등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공론화 시키면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어섰다.

고창은 새천년민주당 지구당과 지방의원 대부분이 ‘유치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정도로 반대가 극심해 매우 희박한 상태다. 이들 지역은 사실상 공모가 무산됐다.
현재 정부와 한수원㈜이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지역은 영광 한 곳 뿐이다. 전체 유권자 5만여명 중 절반가량인 2만1636명이 유치를 희망하는 서명에 참여,기대가 크다.

그러나 영광군은 일부 서명의 허위기재 의혹과 반핵단체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반대활동에 눌려 의회에 동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영광군이 남은 3일 내에 의회에 동의절차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사업자가 직접 후보지를 물색하는 ‘사업자주도 선정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영광=영광지역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종합관리시설 건립지로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18세 이상 성인 남녀 중 절반가량인 2만1636명이 처분장 유치를 희망하는 청원을 지난 21일 자치단체에 제출했다고 유치위는 밝혔다.

정부가 처분장 부지 확보에 나선 지난 10여년 동안 가장 높은 호응도라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이 정도의 호응도라면 자치단체가 ‘군민의 뜻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만1000여명이 처분장 유치를 희망했다는 것은 기대 이상의 관심도”라며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치단체의 결심. 현재 자치단체의 반응은 반반이다. 청원명부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혹과 반핵단체들의 반대 투쟁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단체들의 계속적인 반발은 자치단체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상황이 꼬일대로 꼬인 상태에서 자치단체가 남은 3일 내에 의회에 동의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공모제는 무산되고 만다. 그러나 동의를 요청할 경우에는 계류중인 사안으로 인정돼 의회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포기간이 유예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영광군이 처분장 관리시설 건립지로 유력하게 대두된 것은 지난 86년 8월부터 원자력발전소(영광 1,2,3,4호기)가 상업 운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역민들이 원전에 대한 중요성과 안전성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건립중인 영광 원전 5,6호기의 허가를 현 김봉열 군수가 내줬다는 점이다. 김영득 영광군 유치위원장은 “군수가 공모제 신청과 함께 올해 말에 있을 5,6호기의 준공허가도 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반핵단체들은 “영광에 더이상의 원전이나 폐기물 처분장 건립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영광군 의회의 반응은=영광군 주민 104명은 지난 2월19일 군의회에 처분장 유치를 희망하는 청원을 냈다. 이에 대해 당시 의회의 원전특위(강종만 위원장)는 소수 의견으로 간주,기각시켰다.

특위는 본회의에 상정 조차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반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회는 군민 2만여명이 낸 이번 청원에 대해 자치단체의 결정을 관망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동의 요청이 없을 경우에는 부담을 완전히 덜 수 있으나 요청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2만여명의 군민 목소리가 부담되는 가운데,11명으로 구성된 지방의회에서 역사에 남을 국책사업을 다루게 될 막중한 책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11명의 의원 중 상당수가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석 의원은 “의회 분위기는 자치단체가 청원서를 반려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상황이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종만 군의회 의장은 “자치단체가 청원 동의 요청을 의뢰할 경우 심도있게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1차 공모 때 기각된 사안이 얼마 만큼 설득력을 얻을지는 의문시 된다”고 잘라 말했다.

◇사업자 주도방식이란=사업자인 한수원㈜이 후보지를 선택한 뒤,해당 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사업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을 도입한다고 반드시 처분장 관리시설 부지가 확보되고 건립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업자주도방식은 이미 안면도(90년),굴업도(95년) 등 실패 전례가 있어 사실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양원영 간사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자주도방식을 택한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면서 “현재의 유치방법이 곧 사업자주도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공모제와 사업자주도방식은 자치단체와 지역민 등의 긴밀한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제와 사업자주도방식의 차이점은 사전에 사업지를 선택하고 안하는 차이”라면서 “잘못 추진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업자주도 방식은 해당 자치단체와 지역민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사업자주도 방식의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은 지역민들의 청원서가 제출된 영광,고창,강진,진도 등이다. 유권자의 20∼50%가량이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이들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정부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안은 없나=우리나라는 매년 치러지는 각종 선거로 국가 주요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른바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심기를 자칫 잘못 건드려 민심이 돌아설 경우 다음 선거에는 낙선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 사업에는 손도 못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 공모 마감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다. 이들의 선택이 사실상 유치 결정에 직결된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지역주민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말로 한발 빼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정치인으로서,지역의 수장으로서 책임감 없는 모호한 답변의 연속이다. 한 자치단체장은 “군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지,무리수를 띄워 일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자치단체장은 “방사성폐기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방사성폐기물 종합관리시설 건립은 우리모두의 과제다.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벌써부터 내년 자치단체,지방의회,대선 등 각종 선거에 발이 묶여 차기정권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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