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마구 새는 공적자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8 06:24

수정 2014.11.07 13:43


우려되었던 공적자금의 방만한 운용이 확인되었다.검찰조사 결과에 의하면 올해 들어서만 기금횡령 등 범죄에 의한 공적자금 및 공공기금의 손실규모가 1조9280억원에 달하고 구속된 금융기관 임직원 등이 무려 251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사회 전반에 퍼진 모럴 해저드가 극치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여겨진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빼돌리는 수법도 다양하다.금융기관이 파산하면 예금보험공사가 고객의 예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를 악용해 10억원을 편취하려고 했는가 하면 휴면계좌를 이용해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사례도 있다. 불법대출과 횡령은 가장 기본적인 수법이다.


정부가 지난 4월말까지 투입한 공적자금은 137조원이며 올해 정부의 공공기금 운용규모는 14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공적자금의 회수율은 24%에 불과한 실적이다.주인이 없는 돈이라하여 이번 검찰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기회만 있으면 빼돌리려 하니 회수율이 낮아지고 누수가 방지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손실을 초래한 금융기관 임직원과 기업주는 물론 가족들을 상대로 자금추적을 실시하여 은닉재산을 파악, 환수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엄격한 회계감사가 요청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부실및 분식회계가 불법대출과 횡령 등으로 발생하는 부실을 덮어주는데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대우와 동아건설의 파산은 부실한 회계가 가져온 결과에 다름아니다.

인천에서는 또 4개 은행직원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세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세금을 횡령한 것 자체도 문제려니와 경찰이 수사할 때까지 사건을 당국에 고발한 은행이 한군데도 없었다는 사실은 금융계의 풍토와 도덕적 해이의 결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마침 독일 베를린 소재 국제투명성기구는 27일 발표한 2001년 국가별 부패인식 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4.2점으로 91개국중 42위라고 밝혔다.작년의 48위보다는 나아졌다하나 공직자의 부정부패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나 홍콩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보다 뒤지고 있다.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위정자를 비롯한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요청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지연되고 있는 부패방지법과 돈세탁방지법의 제정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윗물이 맑음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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