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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내일을 조명한다⑤] 인천남동산업단지(中)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집중호우가 한바탕 수도권을 휩쓸고 지나간 14일 오전, 인천 남동단지 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창원.

밤새 내린 비로 산업단지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이곳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미국 포드사에서 주문한 제품 납기를 맞추기 위해 근로자 100여명은 아침부터 분주했고 물류운송팀 20여명도 차량적재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공장 일부가 침수돼 복구작업을 하는 주변 회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우자동차 부도 이후 상당수 자동차 부품업체가 침체일로에 빠졌지만 이 회사는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서 회생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대우사태로 남동단지는 한때 연쇄부도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그만큼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기술력과 판로다변화를 통해 경영난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미국 3대 자동차사인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제너럴모터스로부터 국제품질인증인 QS9000을 획득했고 중기청에서 100PPM 인증도 따냈다. 대우 납품의존도를 90%에서 50%로 낮춘 후 미국·일본 등 해외로의 수출판로 확대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올해 320억원의 매출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 이준배 사장은 “주력 제품인 브레이크용 페달의 품질개선에 주력하면서 포드사 등 해외업체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비온 뒤 갠다는 옛말처럼 요즘 오히려 기업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투자규모 증가=최근 남동단지 입주업체 중에는 창원처럼 기술력을 통해 장기적인 불황에서 벗어나는 기업들이 많다. 3500여 업체 중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전체의 50%를 넘는 이곳은 지속적인 R&D·시설투자 결과 흑자기조를 보이는 기업이 400여업체에 달하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경인본부에 따르면 상반기 중 입주업체의 ‘R&D·시설투자규모’는 9000억원을 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평균 투자규모가 8000억원인데 비해 1000억원 정도가 많은 것이다.

김성수 산단공 경인본부장은 “기업의 생명은 기술력인데 남동단지 업체들의 R&D투자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미주·유럽 등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가 늘면서 공단 전체 수출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보유한 기업들 밀집=남동 2단지 36블록 6로트와 7블록 10로트.

이곳에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씨피씨와 불소수지 제조업체인 상아프론테크가 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 또 한차례 비가 내릴 것 같은 14일 오후, 씨피씨 기술연구소에는 백색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 5명이 반도체후공정 장비인 오토트림폼의 품질테스트에 열중하고 있었다. 100만분의 1 오차도 허용치 않는 반도체 장비인 만큼 연구원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테스트에 임했다.

이 회사는 R&D부문의 투자규모가 커 주변업체들로부터 ‘한국의 마이크론사’로 불릴 정도다. 총 매출액의 15∼20%를 R&D비용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씨피씨는 품질력을 인정받아 해외 바이어로부터 제품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최대 반도체업체인 카셈사와 1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중국 상하이 카이홍사와도 9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테스트핸들러·마킹· 오토트림폼 등 반도체 후공정장비의 품질을 공인받으면서 잇단 호재가 터진 것이다. 박범성 사장은 “지속적인 R&D투자로 신기술이 속출하면서 해외에서 제품주문이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 98년 5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는데 올해는 1000만달러 수출탑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 총 235명 중 66명이 연구개발 인력.’ 남동 2단지에 위치한 불소수지 제조업체인 상아프론테크의 R&D 인력규모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수많은 연구설비로 인해 마치 ‘화학 연구소’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생산라인 못지않게 연구소 시설이 거대하기 때문이다.

상아프론테크는 반도체 웨이퍼 캐리어·액정표시장치(LCD)카세트 등의 핵심소재인 불소수지를 생산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소재인 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므로 연구인력이 다른 회사보다 5배는 많다. 이 회사는 국제품질인증인 ISO9001은 물론 유럽인증인 UL마크도 획득했다. 끊임없는 품질관리와 R&D투자의 결실이다. 이경호 사장은 “앞으로 고기능수지(ENPLA)분야 원료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이라며 “잇단 신기술 개발로 수출이 늘면서 올해 450억원의 매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R&D투자에 주력한 결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 있다.

남동 1단지의 열경화성 수지 제조업체인 화인플라테크. 이 회사는 선박용 부품·가전제품에 필수소재인 열경화성 수지를 일본 마쓰다와 미국 컬러트로닉스사에 국내 업체로는 처음 수출했다. 내화성·내구성이 강한 베크라이트 수지를 개발하면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미국에서 바이어를 파견했다.
지금은 싱가포르의 제너럴일렉트로닉스 공장과 합작 생산시스템을 갖출 정도로 기술력을 공인받고 있다. 이 회사 이호영 사장은 “앞으로 남미·동유럽 등 수출사각지대에도 판로개척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2년안에 무역상대국을 20여 국가로 넓혀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해안 경제의 동맥, 남동단지는 이처럼 변신하는 기업들로 박동치고 있었다. 더이상 평범한 ‘중소기업 공단’이길 거부라도 하듯이�`.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