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공기업 구조조정] 자율적 상시개혁만 남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8.23 06:39

수정 2014.11.07 12:59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과제인 공기업 구조조정은 상시개혁체제 하에서 자율개혁의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와있다.

지난 98년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은 민영화 인력감축 퇴직금누진제폐지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강도높게 추진됐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 2월말을 기점으로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의 기본틀이 어느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종전의 의무개혁에서 각 개혁주체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상시개혁체제로 접어든다고 선언했다.

◇구조조정 성과=그동안의 공기업 개혁성과에 대해선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지만 인력감축과 민영화 등에 있어 상당부분 성과를 거둔 사실은 인정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년여간 4만1704명을 감축한 인력 부문 구조조정은 공기업 노조가 강성인 것을 고려할때 결코 쉽지않은 일이었다. 당초 목표 보다 470명이 더 감축된 것으로 100% 이상 목표달성을 한 셈이다.
이에 정부가 공기업 개혁성과로 가장 자신있게 주장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공기업 방만경영의 표본인 퇴직금누진제의 폐지도 말이 쉽지 강력한 개혁의지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공공금융기관,국립대병원 등 256개 기관이 노사협의를 통해 모두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했다. 인력감축과 퇴직금누진제 폐지 등은 노사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랐던 사안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는 이유=이런 적지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개혁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또한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갖고있다. 인력감축과 방만경영 쇄신 등을 통해 군살을 빼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으나 지배구조가 바뀌지않아 언제든지 과거로 복귀할 가능성이 상존해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근본적인 지배구조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힘겹게 일궈놓은 개개의 개혁성과들은 개혁추진체계에 헛점이 보이는 순간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실 공기업의 비효율 경영은 민영화를 통해 주인을 찾아주게 되면 상당부분 저절로 치유될 수가 있다.

정부가 지난 98년 수립한 공기업 민영화계획에 따르면 26개 모기업 중에서 11개 기업을 민영화하도록 했는데 현 시점에서 민영화가 된 곳은 국정교과서·종합기술금융·포항제철·대한송유관공사·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등 5곳이며 한국종합화학은 청산됐다. 이에 한국전력·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등 6곳이 남았는데 하나같이 거대공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경우 기관의 특성과 시장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도록 했는데 당초 계획 보다 진행속도가 상당히 늦춰진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담배인삼공사와 가스공사는 지난해말까지 민간매각이 완료됐어야 했다.

민영화작업이 올들어 정체된 듯한 양상을 띠고있는 것은 경기둔화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로선 자칫 제값을 못받고 팔았다간 ‘헐값 매각’시비에 휩싸일 수가 있어 매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속한 민영화를 통해 경영효율을 제고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격미달의 정치권 인사나 관료가 공기업 경영진에 임명되는 낙하산인사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개혁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있다.

◇앞으로의 과제=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남일총 박사는 “거대공기업들이 여전히 정부소유로 남아있어 공기업 구조조정이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전·한통· 담배인삼공사 등의 민영화작업이 추진력있게 진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모기업 매각작업과 별도로 정부가 지난 3월 확정한 41개 공기업 자회사에 대한 민영화·통폐합 등의 정리방안도 숙제로 남아있다. 올해안에 노량진수산시장 등 21개사를 민간에 매각해야하나 인수자가 나서지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다.

우선은 각 공기업 자율에 맡기되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을 점검하고 총괄할 수 있는 상시개혁시스템의 구축도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견인하던 정부가 지난 2월말을 기점으로 고삐를 놓자마자 개혁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은 이같은 총괄 시스템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

아울러 최근들어 공기업 노조가 잠잠한 움직임을 보이고있으나 노조의 저항은 개혁추진과정에서 가장 큰 뇌관인 만큼 노조와의 대화창구를 항시 열어두고 평소에 신뢰를 쌓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이밖에 공기업 구조조정이 이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예산을 연계한 방식이 유효했던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연계시키는 방안을 계속 강구할 필요가 있다.

/ bidangil@fnnews.com 황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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