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위험수위의 기술두뇌 유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03 07:50

수정 2014.11.07 11:48


고급 기술 인력의 해외유출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외국으로 유학간 고급 기술 인력은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있고 국내 인력의 해외 유출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 양성되는 고급 두뇌의 수효도 해마다 줄고 있다. 지식사회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현상은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조사한 두뇌유출지수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연구원의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97년의 6.94에서 2001년에는 4.11을 기록하여 고급기술 인력의 유출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두뇌유출지수란 각국의 지식인력들이 국내에 남아 있으려고 하는 경우를 ‘10’으로 하고 해외로 빠져 나가기를 원하는 경우를 ‘1’로 하여 산출한 지수로서 수치가 낮을수록 유출현상이 심각함을 뜻한다.

미국의 경우 이 지수가 8.55에 이르러 거의 모든 고급두뇌가 자국에 남아 있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본은 6.83, 중국이 3.78이었다.

고급인력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이민을 가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제일기획이 지난해 말 전국 5대 도시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의하면 외국 이민에 대한 선호도는 96년 38.6%에서 97년 40.9%, 98년 45.4%, 2000년 47.3%, 2001년엔 52.0%에 이르렀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한국이 싫어졌다며 모국을 떠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시랜드 화재 사건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가 뉴질랜드로 이민갔고, 서울대에 합격한 한 신입생은 연구시설이 과학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하버드대로 옮겼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연구원이 매년 300여명씩 회사를 떠나 미국 싱가포르 대만 등지로 흩어지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초빙된 한 연구원이 4년만에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환경 열악, 사회와 고용 불안의 증가, 기술인력 처우 악화,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 연구개발 인프라 부족 등이 그것이다.


고급두뇌의 유출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과학기술 인력의 국내유치와 유출억제 방안은 아일랜드와 미국의 경우가 귀감이 된다.
한국과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일랜드는 과학재단을 설립해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10개 연구 분야에 집중투자함으로써 고급인력의 유치에 성공했고, 미국에서는 고급두뇌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