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제3회 서울 국제금융포럼]경제·문화 중심지로서의 한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07 07:51

수정 2014.11.07 11:47


한국이 새 성장엔진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제규모의 거대화와 복잡화로 과거 성장단계의 패러다임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시대의 본격화로 세계는 한국의 기존 성장정책을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지난 97∼98년의 금융위기 역시 한국이 본격적인 국제화시대를 맞아 과거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한국에 새 성장엔진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 지난 4년간 외환위기 극복과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조정이 완벽하게 성취되었는가는 의문이다. 또 단기적인 구조조정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한국이 거시적 성장을 위한 비전과 확고한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국운을 상승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전기회를 맞고 있다. 이는 한반도가 처한 주변정세의 변화와 정보기술(IT)혁명에서 비롯된 국제화 추세에 의한 것이다. 한반도는 냉전시대가 종결됨에 따라 군사적 전략요충지에서 인접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경제중심지로 가능성을 타진받고 있다. 또 IT혁명과 국제화 추세로 인해 자본, 기술, 인력이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다.

한국이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정책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물리적 환경개선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현 정권은 취임과 함께 4대부문(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약속했다.그러나 집권 말기에 이르렀음에도 아직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부문클린화는 잔재한 부실자산으로 인해 아직 국제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기업 구조조정도 일관되고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부문 개혁은 노사정간 갈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공부문 역시 집권 초기의 강력한 추진력이 정권말기로 흐르며 퇴색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고등교육시스템 개혁이 시발점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교육시장을 개방, 세계의 교육기관과 국내 기관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이민정책도 바꿔야 한다. 재능있고 창의적인 사람들의 이민을 장려해야 한다. 또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주권을 부여, 이들이 편안히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도 개혁, 경제활동을 활성화해야 하며 인정보다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좋은 자연경관과 기후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에 따른 심각한 공해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 정권은 올초 대통령 연두교서를 통해 ‘한국을 아시아의 경제중심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후속조치로 각 관련부처별 세부전략 마련에 착수했으나 아쉽게도 현 정권의 잔여임기는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자칫 ‘경제와 문화 중심지로서의 한국’이 임기말 정권의 공허한 캠페인으로 그칠까봐 우려된다.


그러나 한국의 새 성장엔진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 경제와 문화 중심지에서 찾아져야 한다. 한국은 이를 통해 과거 4세기간의 고도성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이미 갖춘 잠재가능성을 발휘시킬 수 있는 분명한 비전과 확고한 전략이 절실하며, 이것은 바로 ‘한국=경제와 문화 중심지’라는 것이다.

/김기환 골드만삭스 국제담당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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