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워크아웃등 60개社 경영조사 의미]“구조조정은 계속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12 07:53

수정 2014.11.07 11:45


살생부 가운데 명예회복의 기회(?).

금융감독원의 부실기업 실사가 시작되자 해당기업은 물론 금융권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선 경영정상화, 후 채권회수’의 워크아웃 원칙에 따라 추가지원을 마다 않던 금융권에도 대대적인 기업퇴출이 뒤따를 경우 추가 부실이라는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에 따른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경제 전반의 기초체력이 일부 부실기업 퇴출을 감내할 만큼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금감원의 이번 기업조사를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옥죄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고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 한국 경제가 성장의 본궤도에 올라선 것은 분명하지만 한단계 더 도약하려면 신속하고 강도높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다.


업계에서도 이번 조사는 오히려 이미 정상화된 기업에는 명예회복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 조사하나=부실기업 처리 지연은 국가 이미지의 상승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상향조정한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이 추가로 신용등급을 향상시키려면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에 대한 일제 정리가 뒤따라야 하고, 이로 인한 금융시장 건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페티 S&P 신용담당 이사는 지난 8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3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빠르고 힘있는 구조조정의 지속과 부실기업에 대한 엄정한 회생, 퇴출기준 적용 등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던 하이닉스 매각이 불발로 끝난 것도 기업에 대한 금감원의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의지를 부추겼다.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범국가적 구조조정 노력이 한두개 부실기업의 처리 지연으로 자칫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또한 올 상반기를 넘기면 정부주도의 힘있는 구조조정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환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구조조정이라는 사상 초유의 칼을 처음 빼든 현 정권이 대통령 선거 등으로 나라 전체가 선거분위기에 휩싸이기 전에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최종 처리방침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퇴출보다는 회생=금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살생부’보다는 ‘사면권’ 행사를 더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크아웃 기업을 포함, 다수의 부실기업들이 경영정상화 계획을 성실히 수행해 쌍용자동차 등 일부 기업은 최근 대규모 이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장기간의 경영개선활동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한 업체들은 금감원의 자료요구에 매우 초조해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조사대상 기업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 기업별로 더욱 강화된 조사를 받을 것이 분명한 상태다.

부실기업 추가 퇴출에 대한 금융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무탕감, 출자전환 등 채권단의 추가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기업들은 하루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며 “은행 등 대부분 금융기관의 충격흡수능력이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향상돼 정부가 대대적인 부실기업 정리에 나서더라도 이에 따른 여파로 금융권이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워크아웃 기업이 채권단과 맺은 경영개선 약정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며 “회생여지가 없는 부실기업을 가차없이 퇴출시키는 것은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세를 견조히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금감원의 발표를 기다리는 기업도 있다. 이번 금감원의 기업조사에 포함된 쌍용차는 워크아웃 자율추진, 또는 조기졸업을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쌍용차의 경우 채권단 출자전환과 감자 이후 순이익을 내는 우량회사로 거듭 태어났다”며 “채권단 차원에서도 2·4분기 경영실적을 봐서 현재의 워크아웃에서 워크아웃 자율추진 또는 종료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 simpson@fnnews.com 김영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