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긴급진단-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논란]산타페등 ‘곧 판매 중단’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20 07:55

수정 2014.11.07 11:27


‘대기 보전이냐, 국산자동차의 경쟁력 확보냐.’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경유(디젤)승용차 규제완화 관련 공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업계는 정부의 디젤승용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 “규제위주의 현 정책은 국산 자동차 기술개발에 걸림돌로 작용된다”며 ‘규제완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심각한 대기질 오염을 겪고 있는 국내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업계의 손을 들어줄 경우 환경정책은 또다시 뒷걸음질치게 될 것”이라며 규제완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젤승용차에 대한 규제냐, 완화냐’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환경부는 “합리적인 선에서 환경단체와 업계간의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외국보다 더 엄격한 디젤승용차 환경기준=업계에서는 디젤승용차에 대한 국내 환경기준이 자동차업체의 기술개발 의욕 자체를 송두리째 꺾어버린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기준은 유럽에서 현재 적용중인 ‘유로-III’은 물론 오는 2005년에 적용될 예정인 ‘유로-IV’ 기준보다도 강력하다.
특히 질소산화물(NOx)의 경우 국내 배출기준(0.02이하)이 유럽규제(0.5이하)보다 무려 25배나 높다.

이에 업계는 “국내 업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승용디젤 기술을 갖춘 벤츠나 BMW, 폴크스바겐의 차들도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무역대표부, EU상공회의소,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서는 정부의 디젤차 기준이 무역장벽에 해당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통상 마찰의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U상공회의소측은 “한국산 디젤 승용차가 유럽시장에서는 팔리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유럽산 디젤승용차를 팔 수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싼타페,카렌스디젤 등 단종 위기=정부의 엄격한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으로 오는 7월부터 당장 판매가 중단되는 차량도 있다. 현대의 싼타페와 트라제XG, 기아의 디젤카렌스 등 국산 7인승 디젤차 3종과 랜드로버의 프리랜더 5인승 및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 7인승 디젤차 2종이다.이들 차량은 환경부의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차종이 기존의 ‘다목적 자동차’에서 ‘승용차’로 분류돼 규제기준이 50배이상으로 높아져 사실상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판매가 중단될 경우 싼타페는 4만대, 트라제XG 600대, 카렌스 1만3200대의 손실을 보게 돼 싼타페 1조원, 트라제 120억원, 카렌스 2100억원으로 총 1조2220억원의 타격이 예상된다. 관련업계는 내수판매에 이같은 손실을 입게 될 경우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돼 실제 손실액은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환경단체 “디젤 대기오염 주범”=환경단체는 디젤차량이 인체에 치명적인 대기오염물질을 쏟아내는 반환경적 교통수단이라고 단정한다. 자연히 디젤차량의 증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디젤차의 경우 오존생성과 기관지염, 폐렴, 유행성 폐수종 등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이 휘발유차에 비해 배 이상 많고, 수많은 발암물질을 포함해 폐암과 호흡기질환을 유도하는 매연을 다량 배출한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는 환경정책의 후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처장은 “한국의 대도시 대기오염은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며 특히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오염이 큰 만큼 디젤차량의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환경부에서 규제기준을 설정한 후 충분한 논리없이 업계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한다면 환경행정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돼 있는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치를 높이는 시행규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심중인 환경부=환경부는 디젤승용차를 허용하더라도 대기오염관리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업계 요구대로 2004년부터 디젤승용차를 유로-III로 완화할 경우 연간 최대 39만대의 디젤차가 증가하지만, 이에 따른 대기오염 발생량의 증가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배출가스량이 36%를 차지하는 대형디젤차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정책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환경부가 규제완화 조치를 취할 경우 환경개선 정책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안문수 환경부 교통공해과장이 “환경단체와 자동차·정유업계 등 관련 당사자들간의 광범위한 논의를 바탕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주중으로 정부·환경단체·업계 3자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추진,이달중 관련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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