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3억시장 ‘China Dream’] 최고의 철강제품…유럽 수출까지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2 09:11

수정 2014.11.07 18:48


비릿한 갯내와 함께 늦겨울 삭풍이 불어대는 다롄 기술개발지구는 다롄의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개발지구 입구에 들어서면 창 밖으로 다롄푸진강판을 비롯해 캐논·도시바 등 유수의 일본계 합작기업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란색과 흰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장 전경이 깔끔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품질제일 고객최고(質量弟一 用戶至上)’라는 문구가 거대한 중국대륙에 뿌리 내린 ‘포스코 정신’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공장 내부 압연라인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현지 노동자들의 조업이 한창이다.

기자를 발견하고 신기하듯 바라보다 따뜻한 웃음과 함께 “니 하오(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말을 건네고 다시금 작업에 열중하는 현지 직원들의 모습은 ‘만만디’로 대변되는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사라지게 했다.


포스코의 다롄푸진강판은 철강생산공장으로 한국이 중국 현지에 설립한 최초의 법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전체 철강업계에 있어서도 의미가 크다. 법인등록, 공장건축 등 1년 5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97년부터 초극박 아연도금강판 생산을 시작, 포스코의 중국진출의 꿈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만한 노사관계가 기본 자산=“이곳에서 신랑감 1순위는 포스코 직원.” 다롄푸진강판에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 근로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임금과 복지가 타 회사에 비해 월등해 아주 만족하고 있다. 이곳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결국 중국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다롄푸진강판 현지 근로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의 설날인 ‘춘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1년중 가장 큰 명절이다.

회사 초창기에 이곳의 중국인 직원들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설날에도 쉬지 않고 생산라인에 붙어 있었지만 아무런 항의나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인, 중국인을 떠나서 모든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회사를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서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음을 직잠케 하는 대목이다.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탄탄한 노사간 신뢰 덕분에 다롄푸진강판은 중국 언론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또 다롄푸진강판이 기적을 낳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뤄내기까지 진통도 많았다. 이곳의 생산라인의 책임자인 포스코 직원들이 가장 먼저 부딪친 난관은 언어가 아닌 문화적 차이였다.

노동자들의 천국인 중국에서 오후 5시만 되면 운전대를 놓고 퇴근길에 나서는 현지 직원들이 한국직원들에게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각 생산라인의 책임자인 포스코 직원들은 먼저 이러한 괴리감 극복에 나섰다. 자신들은 야근을 해도 현지 직원들에게는 정시 퇴근을 보장했다.

또 임금·승진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만만디’ 근성을 버리고 ‘일한만큼 얻는다’라는 기본 원칙을 깨닫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최고의 품질이 최고 경쟁력=다롄푸진강판은 가동 초기부터 경쟁제품에 비해 월등한 아연도금강판 표면광택도로 고객사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00년에는 약 1700t규모의 아연도금강판을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품질의 우수성은 지난해 말 중국 다롄푸진강판이 세이프가드로 부족한 냉연강판을 중국정부로부터 구입할 당시 다시한번 증명됐다. 중국정부가 지난 92년 포스코로부터 구입해 10년 동안 비축해왔던 냉연강판의 포장과 보관상태를 확인한 결과, 녹발생 등의 결함이 전혀 없는, 생산 당시 상태와 거의 동일한 상태로 보존돼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정부관리들도 포스코 제품은 10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끄떡 없을 것”이라며 극찬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결과 지난해 이 회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선진기술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3년 동안 소득세 50% 감면과 이익 발생시 모사에 이익금을 배당할 경우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 면제의 혜택을 보장받기도 했다.

또 토지사용비·기업차입금 등에서도 일정한 특혜를 받으며 정부에 내는 각종 재정보조비를 면제받는 등 품질의 우수성 하나로 많은 부분에서 외국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됐다.

특히 다롄푸진강판은 연산 10만t 규모의 컬러강판 공장 증설을 당초 계획보다 1개월 단축해 오는 5일 준공할 예정이다.

◇새로운 성장엔진 장착중=포스코는 올해를 중국 사업확장 원년의 해로 잡았다. 중국의 철강재 수급 불균형 해소 및 시장확대가 핵심 목표다. 장자(張家), 순더(順德)법인에 대한 설비 신·증설이 한창이다.

순더포항강판은 이미 지난달 27일 컬러강판 5만t 및 전기강판 10만t의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했다. 중국법인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장자항포항불수강은 스테인리스 공장을 당초 계획보다 3개월 단축한 올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중국 칭다오강철과 합작 설립한 칭다오포항불수강은 오는 2005년부터 연간 15만t의 스테인리스 강판 생산계획 아래 중국 최대 스테인리스 철강업체인 태원강철과도 지분참여를 통한 협력방안을 모색중이다.


현지법인 관계자는 “중국 철강시장의 급성장세가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본사에서 시장확대에 더욱 적극 대처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증설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 및 경쟁업체들은 포스코가 설비를 신증설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공기단축, 원가절감 등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또 설비를 가동하기 전 소재 확보계획과 체계적인 제품별 판매계획 수립전략 등의 모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은 현지 철강업체관계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게 다롄푸진강판의 설명이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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