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10% 넘어선 카드사 연체율

이원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3 09:11

수정 2014.11.07 18:47


카드사 연체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1.2%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9개 카드사 모두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카드사간의 정보 공유 범위 확대로 다중채무자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와 경기 침체로 인한 채권회수율이 낮아진 때문이다.

문제는 카드사의 실질적인 연체율은 11.2%보다 훨씬 높다는 데 있다. 카드사들이 다루고 있는 대환대출, 대환 현금서비스 등 이른바 ‘돌려막기’를 포함시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작년 말 9개 카드사의 대환대출은 9월에 비해 3배가 늘어난 10조원 규모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는 대환현금서비스를 합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돌려막기’란 돈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가 새로 돈을 꿔서 빚을 갚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대환대출과 대환 현금서비스는 중장기적인 잠재 부실채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하면 카드로 돈을 빌려 쓴 사람 가운데 11.2%는 이미 빚갚을 능력을 상실한 데다가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채권이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절반 이상의 카드사가 ‘연체율 10% 이상의 적자 사’ 기준에 걸려 오는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적기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카드론뿐만 아니라 가계대출 연체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서민층 중심의 가계관련 여신의 연쇄부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2월 소비자 물가는 작년 11월 이후 계속 올라 18개월만에 최고치인 3.9%를 기록하고 있다. 3월 들어 휘발유, 가스 등 석유류 가격이 다시 올랐고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오를 예정이어서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작년 카드사들이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ABS)이 3년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20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카드사가 부실화될 경우 이를 인수한 국내 금융사의 동반 부실은 면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성장률, 경상수지, 물가 등 이른바 3대지표가 일제히 악화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최악의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할 당면 최대 과제가 된다.
3대지표가 호전될 때까지 가계 여신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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