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개혁과 글로벌 경쟁력 /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 교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4 09:11

수정 2014.11.07 18:44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는 개혁에 대한 낙관론과 우려가 서로 교차하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 매체들은 이러한 개혁에 대한 시각 차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핵 및 주한미군철수 문제에 관한 보수와 진보 세력간의 의견 대립과 더불어 이와 같은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개혁을 말할 때 우리사회와 경제의 누적된 모순과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이기 보다는 과감하면서도 획기적인 개혁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충격적인 요법을 동원해야 개혁에 대한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들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면 반드시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혁에 대한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한편,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개혁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성급한 개혁은 득보다 실이 많으며 또한 정부주도의 충격요법은 시장경제질서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획기적인 개혁을 감내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와 경제의 기반이 취약하므로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들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개혁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라고 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시작하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여 선진국 진입을 위한 토대를 굳건하게 마련하는 일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혁 프로그램이 반드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경우 여건의 미성숙을 이유로 개혁을 미루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개혁을 수행하는 편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금융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반면, 그동안 개혁을 미루어 온 일본의 금융산업은 현재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 한국 재벌기업들은 수익성보다는 외형성장에 주력하였고 불투명한 경영을 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주주가치를 파괴시키는 경영을 해온 많은 재벌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지난 몇년 동안 목격하였다. 즉, 우리는 한국 재벌기업들의 과거 투자행태와 경영관행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소액주주의 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각종 개혁적인 제도를 도입하여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경영을 정착시킨다면 이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중 많은 부분은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가 충격요법을 택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많은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충격요법이 경제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하여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충격요법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일과성 행사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충격요법보다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한 꾸준한 개혁의 청사진과 일정표를 제시하여 국민들이 개혁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끌려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개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과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경제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도 크게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인기위주의 정책과 충격요법을 실시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우리나라가 향후 5년 동안 국가경쟁력이 크게 신장되어 선진국 진입의 기초를 확실히 다지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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