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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빚더미에 올라선 가계살림


우리나라 가계부채규모가 지난해 말 439조원으로 1년새 30%(100조원) 가까이 늘었고, 가구당 가계빚(4인 기준)은 2915만원으로 30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채까지 포함할 경우 가계부채규모가 무려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이라크 전쟁, 북한핵 문제 등으로 우리경제가 앓고 있는 터여서 천문학적인 가계빚까지 짊어진 것을 생각하면 등줄이 오싹할 뿐이다.

가계빚이 늘어나면 상환부담이 커져 연체율증가→개인파산증가→금융기관부실화로 이어지는 금융대란의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지금의 가계빚은 우리경제 수준으로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말 75%수준으로, 미국의 80.2%나 일본의 82.7%(지난해 6월 말 기준)에 비해 아직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최근 몇년 사이에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대출에 연연해 온 은행들이 최근 몇년 새 가계대출 이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가계의 부동산 담보대출에 주력해온 데다 무절제한 신용카드 사용 등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우리의 헤픈 씀씀이가 가계빚을 눈덩이처럼 불렸다.

이런 와중에서도 고무적인 것은 가계빚의 가파른 증가세가 최근 둔화된 점이다. 지난해 2?^4분기까지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던 가계신용잔액이 지난해 4·4분기(14조8000억원) 들어 증가세가 다소 진정된 것이다. 이는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적립강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건전성 감독강화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대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금 가계부채를 단숨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오히려 금융당국의 이같은 땜질식 처방이 신용불량자 양산과 소비심리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부담이 커져 신용대란은 더욱 불을 보듯 뻔하다.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 가계부실이 가속화돼 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가계대출의 지나친 억제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법 이외엔 묘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