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손길승회장 소환, 재계·SK 반응] 최악까지 가나…우려…초조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5 09:12

수정 2014.11.07 18:43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SK그룹 회장)이 5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되자 재계는 우려와 초조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재계는 특히 손회장의 검찰소환으로 전경련 회장직 유지 여부와 함께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2대에 걸쳐 현직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SK, 손회장 검찰소환에 담담속 긴장=SK는 검찰이 여러차례에 걸쳐 손회장의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힌 만큼 어느 정도는 안도하면서도 향후 손회장의 사법처리가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또 일부 임직원들은 SK그룹과 관련한 이번 검찰수사가 그동안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며 손회장의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SK 고위관계자는 “일단 손회장이 불구속 처리된다면 당장 경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손회장이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사법처리될 경우 안팎의 시선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에서는 많은 임직원들이 사무실 내에 비치된 TV를 통해 손회장의 검찰 출두 모습을 지켜보며 손회장의 소환이 회사의 장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등 긴장된 분위기였다.

TV를 지켜보던 한 직원은 “손회장마저 사법처리된다면 회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하루빨리 회사가 정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전경련 회장직 유지 여부 관심=전경련측은 손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더라도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5일 손회장이 불구속 기소될 경우 전경련을 계속 이끌고 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 “그건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전경련이 손회장 체제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다른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새 정부와 재계간 일련의 화해·협력 움직임이 예정돼 있는데다 재계가 우여곡절 끝에 총의를 모아 선출한 회장인데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부에서는 손회장이 불구속 기소라는 ‘불명예’를 덮어쓸 경우 재계 수장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경련은 손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더라도 그의 지시에 따라 진행중인 재벌개혁안에 대한 대안모색,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태스크 포스팀 구성 등의 업무는 차질없이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이와함께 경제회생을 위해 정부와 재계가 힘을 모으고 기업들이 경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검찰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전경련회장 2대에 걸친 악연=현직 전경련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95년 전경련 회장이던 고 최종현 당시 선경 회장이 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 두번째다.


당시 최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30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다른 재벌그룹 총수들과 함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SK는 손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최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 회장의 구속에 이어 손회장까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됨으로써 전경련 회장직과의 묘한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신입사원으로 SK에 입사한 손회장은 탁월한 업무능력과 오너인 최종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회장에 이어 지난달 초 진통끝에 전경련 회장직에 올랐다.

/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