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리쿠르트] CIA 내부첩자를 잡아라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6 09:12

수정 2014.11.07 18:43


충무로에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촬영하려 해도 여배우가 담을 넘어야 하는 처지지만 할리우드에는 성역이 없다. 우리에게는 ‘금단의 땅’으로 여겨져온 정보기관이나 권력기관 내부에 서슴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가 하면 조롱까지도 거칠 것이 없다.

미국 CIA 풋내기 요원들의 훈련과정을 담은 ‘리쿠르트’(원제 The Recruit)도 그런 점에서 우리 영화인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CIA는 제작진의 본부 방문을 허락하는가 하면 현직 대변인인 체이스 브랜든이 직접 자문에 나서기도 했다.

주인공 제임스 클레이튼(콜린 파렐)은 명문 MIT공대를 졸업한 컴퓨터의 귀재. 스스로 개발한 컴퓨터 시스템을 델컴퓨터 직원에게 설명하러 나갔다가 CIA 요원을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교관 월터 버크(알 파치노)의 눈에 띄어 지원을 권유받는다.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는 것은 아깝지만 남다른 일을 해보고 싶던 제임스의 귀에는 월터의 제의가 솔깃하게만 들린다.
더욱이 제임스의 아버지가 순직한 CIA 요원이었으며 아버지보다 훌륭한 자질이 충분하다고 귀띔해주자 결심을 굳힌다. 그러나 제임스는 ‘사육장’이라 불리는 악명높은 훈련소에서 고된 훈육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퇴소 통보를 받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괴감에 빠져 있는 그에게 월터가 다가와 비밀요원으로 삼기 위해 ‘작전상’ 탈락시켰다면서 임무를 부여한다. 함께 훈련을 받은 레일라 무어(브리짓 모이나한)는 CIA의 비밀을 빼내기 위한 이중간첩이므로 그가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알아내라는 것. 제임스는 ‘어느 누구도 믿지 말라’는 월터의 당부를 가슴에 새기며 레일라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비밀의 실체에 한발짝씩 다가간다.

‘노 웨이 아웃’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로저 도널드슨 감독은 쿠바 위기의 진상을 추적한 ‘D-13’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실적인 화면만으로도 긴박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거듭되는 반전 끝에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은 잔뜩 긴장한 관객들을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감독이 관객의 뒤통수를 치려는 생각에만 매몰된 탓이다.
지난 2월초 미국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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