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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전략산업 ‘연료전지’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6 09:12

수정 2014.11.07 18:42


일본 정부가 국가전략산업으로 ‘연료전지’에 지대한 관심을 쏟으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의 연료전지자동차 개발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연료전지란 물의 전기분해와는 반대로 수소와 산소의 반응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연료로 수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한 수소를 사용하는 한 배기가스는 수증기(물) 뿐이어서 대기오염이나 지구온난화문제에 거의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꿈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당초 우주선용으로 개발됐지만 저비용·고효율화가 가능해지면서 자동차동력 뿐 아니라 소규모 상점이나 가정용 발전시스템으로 이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연료전지가 일본의 국가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도요타와 닛산자동차 등이 각각 개발한 연료전지자동차를 시승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시승 뒤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에게 “승차감이 좋고 쾌적하다.
환경친화적인 꿈의 자동차다. 일본의 에너지안전보장을 생각해도 매우 중요한 연구개발”이라면서 국가전략 측면에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초 국정연설에서도 “(연료전지는) 수소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다. 자동차의 동력이나 가정의 전원으로 3년 이내에 실용화하겠다”며 이례적으로 연료전지를 언급했다. 이때부터 연료전지개발은 일본의 국가전략산업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연료전지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역시 자동차업계다. 총리의 시승을 계기로 도요타자동차는 연료전지자동차 발매를 앞당겨 지난해 12월 총리관저에 연료자동차 1대를 납품했다. 혼다자동차 역시 이에 질세라 같은날 연료전지를 동시에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도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2월 경제산업, 국토교통, 환경 등 3성의 부장관이 프로젝트팀을 결성했다. 지난해 5월에는 관방장관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함께 ‘연락회의’를 발족해 6개 법률에 총 28개항에 달하는 규제완화책을 마련했다.

또 국회에서는 자민당 의원 60명이 ‘연료전지추진의원연맹’을 결성한데 이어 약 90명의 의원이 참가하는 ‘저공해의원연맹’이 창설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제산업, 국토교통, 환경 등 3성은 2003년도 예산에서 총 340억엔을 연료전지 개발비용으로 책정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 의회, 업계에서 ‘연료전지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연료전지 산업이 20년 후에는 100조엔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 일본의 유일한 ‘성장산업’인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도 연료전지는 포기할 수 없는 중요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장관급 포로젝트팀이 마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연료전지자동차는 500만대, 가정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연료전기는 1000만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의회에서는 일본내 자동차수 5000만대의 10%에 상당하는 500만대가 연료전지자동차로 대체될 경우 가솔린세 수입이 연간 2800억엔이나 줄어든다면서 벌써부터 “수소세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최고 엘리트들을 연료전지자동차 개발팀에 투입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2001년초 수백명 규모의 기술자로 연료전지개발센터를 설치했으며, 혼다 역시 주력차종개발에 참여한 에이스급 연구원들을 배치해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연료자동차는 기존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발전장치 ‘스타크’를 포함해 수소탱크, 구동모터, 2차전지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연료전지자동차는 1대씩 수작업 방식에 의해 제작되기 때문에 개발비를 제외해도 대당 가격이 1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의한 가격인하 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 수소공급 스탠드 보급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설사 실용화한다 해도 기존 자동차를 능가하는 매력있는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이처럼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데다 투자위험도 큰 만큼 현재 세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업체는 미국의 빅3업체와 일본의 3개 업체 정도에 불과하다.

도요타는 독자기술로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혼다의 경우 1호차 엔진으로 캐나다의 연료전지업체인 바라드사의 스타크를 탑재했지만, 현재 독자적인 엔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라드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드가 출자한 기업이다.

한편, 도요타나 혼다에 비해 스타크 개발에 뒤져 있는 닛산자동차는 미국의 항공기엔진 메이커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와 연료전지자동차 엔진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에서 도로시험을 실시중인 닛산의 연료전지자동차는 바라드로부터 스타크를 공급받고 있지만 종국에는 핵심부문인 스타크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료전지는 엄청난 개발비로 인해 성공하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전망이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반가정 발전용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전용이 가능한 첨단기술산업인 만큼 성공하는 기업에 돌아오는 이익도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의 막대한 시장을 놓고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업체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 iych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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