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우선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7 09:12

수정 2014.11.07 18:41


‘미·이라크전과 북한핵 문제 등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어도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 역시 ‘소비위축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를 ‘둔화’로 보던 KDI가 ‘하강’으로 표현한 것은 경제상황이 한단계 더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경기하락 속도가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라크 사태, 북한핵 문제 등 대외요인에 기인 된 것이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 한 것이나 국제금융시장에서 ‘국가신용위험 스와프 금리’ 상승으로 외국환 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대외 요인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적 선택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은 총재가 ‘성장률이 4%로 내려가더라도 금리인하나 재정집행확대 등 경기 부양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는 근거도 여기에 비롯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국내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률이 1212원까지 올랐고 소비자 물가 역시 3.9% 상승했다.외국 투자가들의 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지수 역시 급락하고 있다. 비록 수출과 건설은 아직 ‘양호’한 상황이지만 성장동력인 설비투자는 여전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두자릿수의 수출 증가율과 설비투자 증가세 10% 안팎을 전제로 5%대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는 정부의 경제운용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연평균 5%대의 경제 성장률이 어려워진다면 이를 전제로 짜놓은 세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 하강 속에 재정불안이 겹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재정 불안이 가중되면 노무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배정책 역시 빛을 잃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비관적인 진단은 계속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처방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금융정책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결국 투자확대와 국민의 내핍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상황은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내핍을 촉구할 여건이 성숙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획기적인, 그리고 시급한 단안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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