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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한전노조 민영화 ‘기싸움’


민영화 대상 공기업인 한국전력 노조와 정부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연일 언론과 기획예산처 등 민영화 관련 부처에 전자우편발송과 게시판 글 올리기를 통해 정부의 한전 민영화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민영화의 근거도 적절하지 못하다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반면, 정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만큼 민영화는 재론의 여지가 없고 일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자원부는 특히 내년 4월까지 배전부문을 6개로 쪼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한전 사측도 사업부제를 도입키로 하고 조직과 인력재배치 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양측의 갈등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조, “배전분할 안된다”=한전 노조측의 요구는 크게 두가지다. 이미 6개로 쪼개진 발전부문의 원상복귀와 그것이 안될 경우 현 상태 유지가 그 첫번째 요구고, 다른 하나는 배전부문은 현행대로 공사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안보측면이나 남북통일 이후 전력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발전 및 배전부문을 외국인이나 민간에 맡겨서는 안된다”면서 “배전분할시 파국적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이런 움직임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저항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개혁은 잘못된 것을 잘 되게 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잘되고 있는 것을 잘못된 것처럼 ‘포장’했다”고 반박했다.

내부혁신도 하지 않고 민영화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는 논리다.

산자부는 이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남동발전 현행 방식대로 입찰 ▲나머지 4개 발전소도 민영화 ▲배전분할 일정대로 추진 등 3개 항에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또 구조개편은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다 한전 노조위원장도 구조개편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못박고 있다.

◇새로 수면 위에 오른 4대 쟁점=노조측은 한전 민영화를 전담하는 산자부 전기위원회가 윤진식 신임 장관에게 거짓으로 업무보고를 했다며 4가지를 근거로 댔다.

전기위는 발전 및 배전분할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며 ▲구조개편으로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가 있고 ▲도매경쟁 도입을 위해서는 배전분할과 양방향입찰 시장축이 필요할 뿐 아니라 ▲배전분할을 위해 전문기관의 검토 및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소매부문 경쟁 허용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전력시장의 가격급변 등으로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는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둘째, 자유화 도입 이후 캘리포니아 등 미국내 주요 주(州)의 전기요금 인하는 사업자간 경쟁에 의한 비용절감보다는 전력회사에 대한 강제적 요금인하 또는 동결조치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자부는 미국의 경우 전력 민영화 이후인 지난 96∼2001년 주택용 전기요금이 13.67%, 상업용은 13%, 산업용은 4.8% 인하됐다고 윤장관에게 보고했다.

셋째, 양방향 입찰시장이 구축돼야 완전 경쟁이 가능하지만 수요측 입찰이 실제 가격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만큼 도매경쟁 도입 및 양방향시장 구축을 위한 배전분할은 무의미하다고 노조측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배전분할에 대한 에너지경제연구원 용역결과 외에 체계적인 연구가 없다는 것이다.

◇산자부 “재론의 여지 없다”=산자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선 전력시장 가격급등 등에 따른 위험노출 주장에 대해 “시장 출범과 함께 장기선물이나 장기계약 등의 헤징수단이 병행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나라든지 완전 소매경쟁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약물량과 가격의 일정비율 이상을 사주는 계약을 맺어 전기요금의 급변동을 막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효과 분석과 관련, 산자부는 “미국의 비정부기구(NGO)가 소매경쟁을 한 주와 하지 않은 주를 비교분석한 자료를 장관에게 보고했을 뿐,우리 정부가 분석한 게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펜퓨처(PenFuture)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매경쟁을 한 주의 요금인하폭(15.9%)이 하지않은 주(11.6%)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