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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에서] 부동산 정책, 기본에 충실하자


국세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강남과 경기 광명시 지역이 지난달 30일부터 아파트 실거래가로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다. 대전 서구 및 유성구, 충남 천안시 쌍용동 등 3개동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또 2일에는 충청권 일대 토지거래자를 대상으로 투기혐의 조사에 들어가는 등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등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아파트 시장은 표면적으로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하락 또는 안정이라기보다는 거래가 멈춘 상태에서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시장이 또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부 정책을 비웃기나 하듯,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잡히는 것 같으면, 분양권 또는 기존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한 지역이 안정된다 싶으면 다른 지역이 오른다.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투기대책 대상지를 피해가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증시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많아 부동산 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관성이 없는 정부 정책도 한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지정,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 지정 등을 통해 탈세를 철저히 추적해 왔다. 그러나 투기세력이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결과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엄포성 정책만 남발했다는 느낌이다.

또 건전한 부동산 시장질서를 정착시킨다는 명분 아래 지난 2001년 7월 도입한 부동산투자신탁제도(리츠)도 답보상태다.

일반리츠의 경우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되도록 단 1건도 본인가를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사문화됐다. 일반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건교부가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한 리츠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관계부처의 반대에 부딪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수도권에 지방인구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인구가 21만5000명에 이른다. 분기당 평균 5만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셈이다. 1가구를 3.5명으로 계산할 때 인구유입으로 연간 6만여가구의 주택이 필요하다. 새 투기대책들을 보면 장기적으로 투기세력에게 내성(耐性)만 키워 줄 뿐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새로운 대책 마련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이미 시행중인 제도를 보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운용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시중 유동자금의 흐름을 분산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증권시장이나 기존 금융시장이 현실적으로 투자처를 제공하기 힘들다면 리츠같은 제도권 투자시장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왜곡과 거품을 조장시키는 분양권 전매제도도 발전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시급하다.

/ poongnue@fnnews.com 정훈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