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부신’ 파산과 공기업 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5 09:28

수정 2014.11.07 17:48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파산신청은 그동안 공기업 경영이 얼마나 방만했는가를, 따라서 공기업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한부신은 한국감정원이 자본금 20억원을 전액출자해서 지난 91년에 출범, 수도권 신도시 건설로 분 부동산 붐을 타고 한때 사업규모가 3조원에 이르는 급성장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내실을 다지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파산신청을 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부신 경영진이 저지른 결정적인 잘못은 투기에 의존하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과 사업별 독립채산제로 운영해야 하는 신탁사업의 기본 원칙을 살리지 못한 두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3∼5년 걸리는 개발사업비의 상당부분을 1년짜리 단기자금으로 조달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분양이 잘 되지 않자 우량 사업 사업장의 자금을 비우량 사업장으로 빼돌려 급한 불을 끄는 이른 바 ‘자전거 조업’으로 대응해 왔다.
시장의 특성과 현실을 간과한 방만 경영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배후에 정부가 자리하고 있는 공기업의 파산은 민간 기업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파장을 몰고 오게 마련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출자 기관인 한국감정원을 비롯하여 관련 부처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때에 맞추어 감독권을 행사했다면 ‘청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공기업 개혁을 보다 탄력적으로 추진해야 할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공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경영진, 특히 최고 책임자가 대부분의 경우 비전문가라는 점에 있다. 이는 공기업 인사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데 따른 대표적인 역기능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정당국이 일부 공기업과 정부산하 단체 기관장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을 진행하고 있음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예산의 개인적 용도 전용, 인사비리, 납품비리 등만 뿌리가 뽑혀도 공기업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인 사정은 궁극적으로 민영화와 유사업체의 통합을 포함한 공기업 개혁으로 이어질 때에만 비로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기업 한부신 파산의 교훈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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