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3%대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9 09:29

수정 2014.11.07 17:44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재차 하향조정할 움직임이다. 당초 예상했던 5.7%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사스’ 확산과 북한 핵 문제가 생각 밖의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웃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 하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피해를 입을 것이란 다소 안위적인 분석도 뒤따랐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고사하고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른 만큼 부양책 논란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에 출석, 성장률이 4%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를 포함한 경기활성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제기하던 터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부동산투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금리인하의 부양책은 위험하다는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와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결국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투기열풍으로 휩싸인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우려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데 금리가 더 내려가면 부동자금이 다른 데로 움직일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7일 마감한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 청약접수가 17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 좋은 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할 때다. 금융시장 경색, 소비 및 투자지출 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투기열풍은 한시적이 아닌, 강력한 단속 등을 전제로 한 대응정책을 지속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옳다.

문제는 소비심리 위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4분기 소비자태도지수가 44.2를 기록, 2001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유효수요 확대가 곧 경기침체를 가로막는 지름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하가 반영, 장기채권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든 상태다. 다시 정책이 표류한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를 견제하고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쳐나가는 한국은행이 정책적 소신과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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