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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동구릉] 울창한 숲속에 왕들이 있었네, 오솔길 걷다보면 내마음 꽃물가득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15 09:31

수정 2014.11.07 17:40


살맛나는 날씨다. 5월은 1년 중 가장 여행하기 좋은 달이다. 산·들·강 어느곳, 어디를 찾아도 후회하지 않겠지만 이왕이면 사람많고 차많은 유명 관광지를 피해 한적한 왕릉을 찾는것은 어떨까. 조선시대 같으면 감히 꿈도 못꿨을테지만 요즘에야 서울 근교의 ‘조용한 시민휴식터’쯤으로 여겨지는 게 왕릉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뿐 아니라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동구릉=구리시 검안산 기슭 59만 여평의 울창한 숲속에 태조 이성계를 비롯한 조선조 왕과 왕비 17명이 잠들어 있는 동구릉이 있다.

건원릉(태조), 현릉(문종과 현덕왕후), 목릉(선조와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 휘릉(장렬왕후), 숭릉(현종과 명성왕후), 혜릉(단의왕후), 원릉(영조와 정순왕후), 경릉(헌종과 효현왕후, 계비 효정왕후), 수릉(문조황제와 신정황후) 등 9개의 능이 자리한 왕릉군이다.


따라서 이 곳만 둘러보아도 조선시대 왕릉의 다양한 형식과 묘제의 변천 과정은 물론, 조선왕조의 역사까지 어지간히 되짚어볼 수 있다.

경내에는 전나무 등이 울창하게 들어선 삼림욕장이 있고, 790종 이상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매표소에서 울창한 숲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묘역의 신성함을 의미하는 홍지문이 우뚝 솟아있다. 그 문을 지나면 첫번째로 만날 수 있는 것이 문조황제와 신정왕후가 잠들어 있는 수릉이다.

흙냄새를 맡으며 조금 더 들어 가면 보이는 두개의 능이 문종과 현덕왕후가 잠든 현릉. 두 개의 거대한 능이 마치 잔디 썰매장처럼 잘 단장되어 있다.

그곳에서 더 들어가면 건원릉. 신성한 장소임을 알리는 홍살문을 지나 왕이 오르던 돌 길(참도) 을 따라가면 정(丁)자 모습을 한 건물(정자각)이 있고 오른쪽에는 비각과 제사준비를 하던 수복청이 있다.

정자각 뒤로는 언덕같은 능원이 이어지며 그 위가 봉분이다. 한 번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푸른 잔디가 싱그럽게 펼쳐져 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낮은 포복자세로 조심조심 올라 갔다. 봉분의 3면이 담장(곡장) 으로 둘러쳐져 있으며 그 안쪽으로 무덤을 수호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호랑이와 양이 놓여져 있다.

담장 주위에는 12지신석상도 세워져 있고, 봉분 앞에는 호위병사로 보이는 말을 탄 기마병들이 늘어서 있다.

9군데의 능이 모두 비슷비슷하니 한두곳을 둘러 본뒤, 숲을 이루고 있는 울창한 나무그늘에 누워보자. 바람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나뭇잎들의 왈츠가 볼만하다. 질퍽한 흙내음도 향기롭다.

근처 학교에서 사생대회를 온 학생들과 자리를 깔고 누운 낮잠을 즐기는 어르신들,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데 어울려 한가롭기 그지없다.

오붓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제일 안쪽에 있는 휘릉이나 경릉 주변을 권할만하다. 단 순찰을 도는 공익근무요원을 조심할 것. 주차요금 2000원. 입장료 500원.월요일은 휴무.

#찾아가는길=6번(46번 국도 공용) 국도를 타고 구리에서 퇴계원 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구리 사거리에서 2km정도 가면 왼쪽에 동구릉 입구가 보인다.

◇석화촌=반나절동안 산림욕을 실컷 했다면 다음은 남양주 사릉 주변 석화촌을 찾아 꽃의 향기에 취해보자. 이맘때면 철쭉, 연산홍, 자산홍, 후박나무, 작약연꽃 등 100여종에 달하는 꽃과 나무가 1만2000평의 동산을 온통 뒤덮어 꽃내음이 진동한다. 동산 여기저기서 만나는 작은 오솔길마다 이름을 붙이고 연못, 돌장승, 돌인형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산책이 지루하지 않다.

꽃과 나무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나지만 군데군데 서 있는 돌인형들의 우스운 표정과 대사폿말이 숨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는 돌인형들이 많으니 놓치지 말고 잘 살펴볼 것.

이곳은 원래 생갈비·불고기·냉면 등을 파는 음식점이였는데 주인이 뒷산을 사들여 취미 삼아 꽃동산을 조성한 것이 입소문으로 퍼져 지금은 꽤나 알려진 셈. 꽃이 피기시작하는 4∼5월이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입구에서는 작은 허브화분과 선인장을 판매하며 겹겹이 다른 색을 가진 초를 직접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 입장료가 무료. 야외에서 판매하는 도토리묵과 빈대떡이 별미다. 동동주 한 사발 들이키는 것도 잊지말자. 주차 무료. 입장료 1000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구리타워의 전망대 레스토랑에 들려 칵테일이나 음료수를 마시며 한강을 낀 구리시의 아경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전망대까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오르는 것은 무료다.
한쪽에 나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회전식 레스토랑.

#찾아가는길=퇴계원에서 도농3거리를 거쳐 미금시 쪽으로 가다 사릉 방향으로 좌회전해 달린다. 남양주 농촌지도소가 나오면 그곳에서 약 500여미터를 가면 왼쪽에 보이는 야산이다.
또다른 방법은 경춘가도를 달리다가 금곡에서 사릉 방면으로 좌회전, 사릉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된다.

/구리·남양주=글·사진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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