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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선인들의 지혜寶庫 ‘고사성어’


■지혜(홍혁기 지음/동방미디어)

삼고초려(三顧草廬), 읍참마속(泣斬馬謖), 대기만성(大器晩成), 양두구육(羊頭狗肉), 연목구어(緣木求魚), 조삼모사(朝三暮四),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 괄목상대(刮目相對)….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고사성어들이다. 고사성어는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 뿐만 아니라 조상들의 지혜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연구위원으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교감 작업을 하고 있는 홍혁기씨가 고사성어를 통해 성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 ‘지혜’를 펴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고사성어집이 중국 고사성어를 위주로 사전형식의 간단한 뜻풀이를 한 것과는 달리, 그 성어가 이루어진 배경, 동기, 인물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고사성어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쉬운 게 장점이다.

저자는 “개혁과 보수라는 이름으로 국론이 양분되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이 때, 길지 않게 엮인 한편 한편의 일화들을 통해 선인들의 삶과 지혜를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사에서 배우는 인간경영 전략의 모든 것’이란 부제를 단 ‘지혜’는 중국의 정사인 ‘이십오사(二十五史)’의 열전(列傳)과 우리 고문헌인 ‘증보문헌비고’ ‘흠흠신서’ 등에서 고사성어 171가지를 가려 뽑아 해설하고 있다. 이 책은 공통된 주제에 따라 10개의 장으로 나눠 아랫사람 대하기, 윗사람 대하기, 직무 수행하기, 사람 판단하기, 목적 이루기, 난세 살아가기, 학문하기, 재물 얻기와 쓰기 등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그 지혜를 들려준다.

예컨대 ‘복숭아 두 개로 세 사람을 제거한다’는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에서는 옛 사람들의 슬기를, ‘솔개가 마른풀을 먹는다’는 ‘연식고초(鳶食枯草)’에서는 간사한 흉계를 조심하라는 교훈을 이야기한다. 또 ‘땅을 파고 그 속에서 어머니를 뵙는다’는 ‘굴지견모(堀地見母)’에서는 한번 입 밖에 낸 말은 수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후임의 자리에 원수를 추천한다’는 ‘기해천수(祁奚薦讐)’에서는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지혜를 전해준다.

구습에 젖어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이야기 한 토막을 보자. 송나라에 밭갈이하는 사람이 있었다. 밭에는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가 있었다. 산토끼가 먹이를 찾아 밭으로 달려오다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밭 갈던 사람은 웬 횡재나 싶어 토끼를 구럭에 넣고, 밭 갈던 쟁기는 놓아둔 채 그루터기를 지켰다. 또다시 그루터기에 부딪쳐 죽는 토끼를 힘들이지 않고 얻어 보려는 욕심에서였다. 그러나 기다리는 토끼는 그루터기에 부딪치지 않았고 도리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식한지원(識韓之願)’은 ‘한형주(韓荊州)의 인정을 받기를 원한다’는 뜻으로, 평소에 흠모하던 인물을 만남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그런데 국내의 한 인사가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의 유명한 문사(文士)를 만나 ‘식한지원(識韓之願)’이란 말을 듣자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아! 우리 한국을 알고자 원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원래 이 고사성어는 시선(詩仙)으로 추앙받는 이백(李白)이 “저는 천하의 선비들이 입을 모아 만호후(萬戶侯:넓은 영토의 제후)에 봉해지기를 바라기보다는 한형주(韓荊州)에게 한 번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들었습니다”에서 나온 것이다.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만 고사성어를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