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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합거래소 산 넘어 산


기나긴 산고 끝에 자본시장 개편방안이 ‘통합거래소’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협의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과 이해당사자간 의견 절충의 산물인 ‘타협안’은 더욱 더 기나긴 여운으로 남게 됐다.

16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통합거래소 기본 방안은 자본시장 발전의 기본 취지를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입김이 센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한 모습이 역력하다.

증권시장의 맏형격인 증권거래소의 제시안을 수용하는 대신, 정치적 고려 대상인 부산지역의 민심을 반영한 절충안을 채택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선물거래소나 코스닥증권시장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선물거래소야 주가지수선물을 이관받을 수 있게 돼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코스닥증권시장은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내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선물거래소도 주가지수선물시장을 이관 받게 됐지만, 어차피 받아 놓은 밥상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고 선물시장 이관으로 얻게 되는 과실도 나눠먹게 돼 불만이다.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한 점도 경제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그야말로 ‘산넘어 산’일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예민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구성될 ‘증권·선물시장 개편 추진위원회’에 넘긴 상황이어서 이해 당사자간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각 거래소간 반목을 좁히고, 직원들의 양보를 얻어내는데는 또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증권거래소 한 관계자는 “거래소 전체적으로 본다면 차선책이 받아들여져 그나마 안도할 수 있으나, 통합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본사 이전으로 부산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높아 이래저래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증권·선물시장 개편 추진위원회에서 추진될 이해당사자간 이견 조율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재경부의 발표는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다.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이라는 기본방향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여진은 최소화할 수 있게 서로 지혜를 모을 때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