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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론] 문전옥답과 블루칩 /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


문전옥답의 사전적 의미는 문 앞의 기름진 땅이다. 농경사회에서 물을 관리하기 쉽고 토양이 비옥하며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논은 가장 귀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죽하면 가치가 매우 높았던 구슬에 비유를 하였을까.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공업화와 도시의 비대화로 인해 이 문전옥답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오히려 천수답처럼 악토로 취급받던 토지의 가치는 급등하는 역설적인 경우를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관개시설을 비롯한 생산기반이 잘 정비된 토지는 오히려 절대농지지정 등과 같은 규제로 인해 용도나 형질 변경이 제한된 반면에 다른 곳은 택지나 공업용지 등으로 전환되어 그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전옥답을 소중히 여기며 그 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에게는 농산물 가격의 하락은 물론 땅값의 정체로 인해 상대적인 허탈감이 클 수 있다.

이 문전옥답을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아마 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무내용이 건전하고 수익성이 우수한 우량주는 경기와 주식시장의 사이클에 따라 그 가치가 움직이나 장기적으로는 그 펀더멘털을 반영하여 온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신도시 건설 등의 이유로 문전옥답이 하루아침에 문자 그대로 옥토가 되거나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초기에 저가 부실주들의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공급이 한정된 토지에 대한 정부의 규제 유무의 차이로 문전옥답의 상대적 가치는 저하되고 과거의 악토가 문전옥답으로 바뀌는 것이 현실이나 주식시장에서 문전옥답(블루칩)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 큰 차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하여 그동안의 악재가 소멸된것처럼 보이나 얼마 전까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북한핵문제, 그리고 ‘사스’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다 카드사의 경영위기와 가계부채의 부실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할 것은 종합주가지수로 대표되는 시장의 분위기와 개별 종목의 차별적 흐름이다. 종합주가지수나 코스닥지수는 시가총액식 주가지수로 주식 자산가치의 변동을 통하여 시장전체의 주가 변동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상위 대형주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지수로 나타나는 시장의 변동은 그 내부의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일반 투자자들로 하여금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보완적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나 그 상징성은 종합주가지수 또는 코스닥지수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종합주가지수로 나타나는 시장의 변동에 너무 휩쓸리지 말고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문전옥답과 같은 종목의 발굴에 더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전망에 대한 의견이 다양한 가운데 올들어 종합주가지수는 520∼630포인트의 범위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2년 전의 모습과 유사하다. 북한핵문제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가계대출의 부실화 우려와 내수 침체 등 시장 여건은 차이가 있으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실적과 내재가치에 따라 차별적인 실적 장세가 전개된 것이 똑같은 것이다.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흐름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업종의 대표 종목들이다. 즉,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00선을 돌파한 나스닥 지수가 이라크전쟁 전에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 아마존, 이베이 같은 종목들은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로의 반전은 유가 하락과 반도체 가격의 상승이 겹치면 확실해지나 이런 상황이 전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주가지수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반면에 업종별 또는 종목별로 극심한 차별적 흐름을 보이는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블루칩 또는 대형 우량주는 용도변경의 제한 등으로 상대적 가치가 저하된 문전옥답과 비유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자본금 규모의 크기와 상관없이 수익성 이외에 성장의 모멘텀이 유지되는 종목을 중시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