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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터넷 실명제 ‘동상이몽’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시행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인터넷 포털업체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NHN 네오위즈 등 국내 대표적인 포털업체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 부문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 추진키로 했다. 또 인터넷기업협회의 요구에 따라 정부의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DB)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보기에는 포털 업체들이 인터넷 실명제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등록 DB까지도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정통부가 민간 부문까지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다음은 정통부의 인터넷 실명제와 주민등록 DB 공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는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명제 전환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또 이미 회원가입시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NHN도 “인터넷 실명제 시행 여부는 각 업체들의 자율에 맡겨야 하며, 정부의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백기훈 인터넷 정책과장은 “아직까지 인터넷 실명제 시행에 관한 법률제정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추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현재 중앙정부기관 중 45%가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 중이며,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민간부문도 공청회 이후 곧바로 시행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통부는 간담회 가진 뒤 민간 업체들도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민간부문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정작 이를 반대하는 포털 업체와 네티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것이었는지엔 의문이 남는다. 정통부의 말대로라면 왜 아직까지도 명확한 시행 규칙과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채 네티즌과 여론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는가 되묻고 싶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