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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폭탄’ 대환대출 폭증세] 6개월세 2배늘어 10조5천억대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25 09:34

수정 2014.11.07 17:34


‘감춰진 핵폭탄, 금융불안의 또다른 뇌관, 인화성강한 위험대출’ 등으로 불리는 ‘대환대출’의 위험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늘어나는 신용불량자를 줄이고 카드사 연체율을 잡기 위해 실시돼 온 대환대출이 가계경제의 목줄을 죄어오고 있는 것이다. 터지기 일보 직전의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카드발 금융대란이 진정되기는커녕 외양만 달리한 채 경제을 압박하고 있다.

◇대환대출 규모 얼마나 되나=외환카드 등 9개 전업카드사의 지난 3월말 현재 대환대출 잔액은 모두 10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9월말 대환대출 규모가 4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6개월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카드사들이 대환대출 규모를 늘려 지난 1월에는 전달보다 5000억원(7.1%) 늘어났으며 2월 1조3000억원(17.3%), 3월 1조7000억원(19.3)이 폭증했다.

이처럼 대환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카드사 및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연체율을 줄이기 위해 연체 고객들에게 대환대출을 적극 권유했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올라가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지만 대환대출은 신규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체율 산정에서 제외된다. 지난 3월 신용카드사 연체율이 전월에 비해 0.6%포인트 하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환대출 연체율 어느 정도인가=대환대출 연체율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9개 카드사 대환대출잔액중 98.3%를 차지하는 외환카드와 국민, LG, 삼성 등 대형 4개사의 대환대출 연체율 평균은 28.3%다. 지난 3월말 카드 연체율이 9.8%인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높다.

카드사별 대환대출 연체율은 외환카드가 무려 42.5%로 가장 높다. 3월말 현재 외환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이 881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금액중 절반 가량이 연체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국민카드 26.7%(대환대출 잔액 1조8060억원), LG 26.3%(5조1130억원), 삼성 17.7%(2조4600억원) 등의 순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환대출에서 연체가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연체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을 했고 보증인을 세웠기 때문에 개인 파산이 아닌 혈족의 동반 파산이 우려된다.

◇대환대출 부실만 더 키웠다=대환대출은 춤추는 카드 연체율을 잠시 잡아두는 미봉책이었다는 점이 이번 수치로 드러났다.

대환대출의 위험에 대한 사전 경고는 이미 수없이 제기됐다. 대환대출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자신의 빚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대환대출은 한 사람의 파산을 보증한 친척과 친구 등 여러 사람의 파산을 유도할 것이라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신용불량자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연체율 상승에 따른 경영부담을 덜기 위해, 시장안정을 되찾는다는 명분하에 이뤄진 연체자와 카드사·금융당국간의 묵시적 동조가 사태를 심화시킨 것이다.

평균 30%에 달하는 대환대출 연체율은 카드사의 경영에 심각한 파장을 던지고 나아가 시장의 신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가계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카드사간 서로 다른 연체율 계산법=대환대출과 별개로 금감원이 발표하는 카드사 연체율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금감원이 연체율을 가급적 낮추려 하다보니 회사가 발표하는 수치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이 발표하는 카드사 연체율과 카드사가 기업설명회(IR)때 발표하는 연체율이 달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혼란에 빠지곤 한다.

예컨대 외환카드는 지난 23일 공정공시를 위반해가면서까지 자사의 4월말 연체율이 11.51%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감원에 보고하는 연체율과 IR때 발표하는 연체율이 다르다”며 “금감원에 보고한 연체율은 11.51%이지만 IR자료 연체율은 12.6%”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이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연체율이 다른 것은 산정기준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라며 통상 금감원에 보고하는 연체율이 낮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연체율 낮추기 뿐만 아니라 연체율 하락의 배경에 대해서도 엉뚱한 진단을 내놓아 비난을 자초한다.


지난 3월말 기준 9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이 하락하자마자 연체채권의 회수율 상승과 대손상각 확대 및 부실채권 매각 등의 이유로 카드사 연체율이 하락했다고 금감원은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실상은 지난 3월말 기준 대환대출 잔액이 전월에 비해 1조7000억원 가량 늘어나 연체율이 소폭 하락한 것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 및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대한 정확한 실상과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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