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재테크 칼럼] 정책불신이 수급 ‘동맥경화’ 유발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28 09:35

수정 2014.11.07 17:32


지난 2001년 5월23일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시행된 후 2년만에 5·2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나왔다. 경기 활성화 대책이 억제대책으로 180도 선회한 것이다.

외환위기 후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수요진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분양가자율화, 분양권전매 허용, 신규주택 양도세 및 취?^등록세, 감면혜택, 청약통장 가입 자격 완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 확대, 임대주택사업 장려정책 등 기억하기도 어려울만큼 많은 수요 확대 정책이 나왔다.

하지만 2001년 6월부터 주택 수요 급증으로 집값 급등세가 나타나자 2002년 1월부터 정책 기조를 바꿔 수요 억제책으로 지금까지 일관하고 있다.

이번 5·23대책도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세무조사 강화, 분양권전매금지, 부분적인 후분양제 도입, 담보대출 비율 강화 등 시중 부동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을 차단하는 각종 수요 차단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10여 차례에 이르는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나왔으나 아직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우리의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 아파트값이 오르면 시장 원리에 의해 공급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어야 하나 주택시장은 토지부족과 각종 정책적 규제에 의해 쉽게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도 감소해야 자연스러운데 전세제도와 이사철이라는 특이한 시장 형태로 정점인 시기에는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수요가 줄지않는 비탄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두 측면이 모두 비탄력적이고 경직적인 이유는 수도권 주택보급률 92%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야 선택의 여유가 생겨서 왠만한 외부충격이나 주택 실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보면 충분한 공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몇 년간 물량이 늘어난 다세대 다가구주택을 전세입자가 수요하기 때문이며 전세시장이 안정되었다고 수요층이 다른 매매시장이 곧바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 이유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여러가지 정책의 효과가 상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팔려던 매물까지 회수해 매물의 공급을 차단하는 ‘동맥경화’를 불러온다.
즉 양도세 강화에 따른 수요 억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려면 양도세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 하는데 불과 2년만에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는 정책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의 골이 깊다는 점이 문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