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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실사보고서 들여다보니] SK텔 지원없인 회생 불가능


SK글로벌 8개 해외무역법인의 부실규모가 그동안 시중에 알려져 왔던 4조원보다 많은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실사결과 밝혀지면서 해외채권단과의 채무재조정 협상과 함께 SK글로벌 회생작업의 최대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SK글로벌측은 해외현지법인들의 부실규모가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혀왔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해외현지법인 부실 6조원=정밀실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은 SK글로벌 미주법인과 유럽, 홍콩, 싱가포르, 앤트워프, 일본, 시드니, 프랑크푸르트 등 8개 해외무역법인에 대한 실사결과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 5조8896억원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실사단은 8개 현지법인에 대해 관계사 채권채무평가액을 마이너스 8831억원, 우발채무 4008억원, 추가자산 103억원 등으로 평가했다. 당초 SK글로벌은 실사단에 해외현지법인의 순자산가액이 4514억원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사조정을 거치면서 마이너스 5조8896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실사단은 8개 현지법인의 청산자산가치(잔존가치)는 미주법인 3375억원, 일본법인 2014억원, 홍콩법인 1948억원, 싱가포르법인 1444억원 등 총 9515억원이라고 밝혔다.

◇EBITDA 달성목표 2000억원 ‘차이’=실사단은 또 SK글로벌의 연간 평균 EBITDA(법인세, 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를 SK글로벌이 제시한 평균 4359억원보다 407억원이 적은 3952억원으로 평가했다. SK글로벌과 실사단 사이에 정상화기간으로 잡은 2007년까지 5년간 EBITDA가 누계금액 기준 무려 2035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SK글로벌이 연간 4300억원의 EBITDA를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실사단은 힘들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따라 SK㈜는 8500억원의 출자전환 외에 SK글로벌이 목표 EBITDA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약속했던 1500억원의 추가출자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BITDA 달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정보통신부문에서 매년 평균 2934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평균 EBITDA의 75%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EBITDA 목표치 달성을 사실상 정보통신부문에 의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에너지판매부문에서는 연평균 693억원, 상사부문 222억원, 패션부문은 8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SK글로벌의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대 3조원의 2차 감자 불가피=실사단은 캐시바이아웃 비율이나 해외채권단과의 협상결과 등을 감안해 모두 11가지의 채무조정 시나리오를 채권단에 제시했다. 실사단은 각 시나리오에서 기존 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1차 감자실시 후 내년말까지 최소 1조3000억원에서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2차 감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자본금의 50% 이상을 유지토록 하는 거래소 상장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예상되는 제6번 시나리오(해외구촉법 제외 기관은 일부탕감후 상환, 해외구촉법 대상기관은 채권 본사 이관후 채무조정)에 따르면 올해안에 1차로 4422억원을 감자한 후 보통주 출자전환 1조7000억원, 우선주 출자 1조원, 의무전환부사채(CB) 3809억원으로 올해말까지 자기자본을 3757억원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내년 예상 당기순이익 1172억원을 더하고 3809억원의 의무전환CB를 보통주로 전환한 뒤 1조7550억원에 대해 2차 감자를 단행한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SK글로벌은 내년말까지 자기자본 4929억원의 견실한 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누적부실을 감자와 자본잉여금을 통해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해외채권단 협상이 관건=문제는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
실사단의 실사결과도 해외채권단 등 구조조정촉진법 비협약 채권금융기관과의 원만한 합의를 전제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SK글로벌과 해외자문사인 UBS증권, 세종법무법인 등 국내 협상팀은 3일 해외채권단 대표인 스탠더드앤드차터드 은행과 자문사인 페리어 허드슨, 법무자문인 화이트앤케이스와 만나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협상에서는 SK글로벌이 6조원대로 밝혀진 해외현지법인의 부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