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다섯 명창의 ‘소리’ 외국인 귀 연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08 09:46

수정 2014.11.07 16:04


판소리 다섯마당에 대한 외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들이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춘향가’ 등을 들으며 추임새를 넣을 수 있을까.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가을축제에 참가했던 판소리 명창 조통달씨는 “외국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하더라”면서 “오히려 외국인들의 관람 태도가 한국의 젊은 관객들보다 훨씬 더 진지해 놀랐다”고 말했다.

오페라·뮤지컬 등 외래(外來) 공연 장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판소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예술 공연으로 세계무대에 선다. 올해 여름 열리는 미국 링컨센터 페스티벌(7월8∼27일)과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8월10∼30일) 등 세계적인 무대에 공식 초청된 것.

이번 공연을 주관한 ㈜난장컬처스는 “판소리 다섯마당이 유럽시장에 첫선을 보인 지난해 프랑스 파리가을축제 때도 의외로 큰 호응을 얻었다”면서 “특히 이번에는 에딘버러 페스티벌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축제에 ‘프린지’(경비 일체를 자비 부담하는 자유참가 공연)가 아닌 공식 초청작으로 참가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판소리 명창 김수연, 김영자, 김일구, 안숙선, 조통달씨 등 5명은 각각 1만달러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여름 링컨센터를 비롯해 미국 뉴욕 맨하튼의 여러 공연장에서 열리는 링컨센터 페스티벌은 각종 분야의 공연물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종합예술축제. 올 축제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극단의 연극 ‘미토스’를 비롯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단의 ‘맥베드’, 중국 오페라 ‘쟈오의 고아’, 브리질의 ‘비욘드 보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판소리 다섯마당과 함께 선보인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6∼7시간 동안 공연되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완창 무대는 ‘흥보가’(김수연·8월14일), ‘적벽가’(김일구·8월15일), ‘심청가’(김영자·8월16일), ‘춘향가’(안숙선·8월17일), ‘수궁가’(조통달·8월18일) 외에도 산조와 시나위로 구성된 한국전통음악 공연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해외공연에서 ‘춘향가’를 부를 예정인 안숙선씨는 “판소리 완창 다섯마당은 국내에서도 쉽게 선보이기 힘든 공연”이라면서 “박세리나 박찬호가 골프와 야구로 국위선양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판소리로 한국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떠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무대에 연이어 소개되는 판소리 다섯마당은 오는 10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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