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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온고지신] 당시 통역관이 본 정주영 회장


“미국의 카네기보다 정주영 회장이 10배는 더 위대한 경영자라고 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정회장의 ‘영어 입’ 역할을 맡았던 박정웅 시너렉스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사업환경 등을 감안하면 정회장과 카네기는 같은 100m를 뛰었다 해도 모래밭과 트랙에서 뛴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도 정회장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에 놀라고 ‘정주영 리더십’에 다시 한번 놀랐다”면서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조직과 사람을 동원,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경영자인데 정회장이야말로 탁월한 경영자의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고 박대표는 전했다.

이같은 정회장의 사업가로서의 기질은 지난 80년대 중반 전국대학에서 순회하며 펼친 강연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산대학교에서 강연 도중 한 학생이 ‘일부에서는 손이 큰 사람으로, 일부에서는 짠 사람으로 평가하는데 어느 쪽이 더 사실에 가까운가’라고 물었습니다. 정회장은 ‘둘 다 맞는 얘기지만 사업가에게는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죠.”

정회장은 실제에서도 이를 그대로 실천했다.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자, 자신의 판단과 믿음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세웠고 이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것이다.

박대표는 지난 74년 정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이었던 시절부터 15년간 통역을 맡다보니 아찔한 순간을 함께 겪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미국 LA 출장 때였습니다. ‘찝찌름한 것’(정회장은 전통음식을 이렇게 불렀다)이 먹고 싶다고 해 냉면을 먹으러 갔죠. 음식을 주문하고 앉아있는 데 갑자기 정회장이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
가만히 탁자 아래를 살펴보니 가스냄새가 나더군요. 잽싸게 정회장의 손을 잡고 식당을 빠져나왔죠. 비록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한 사건이었습니다.”

박대표는 또 “해외출장시 행여 한국음식이라도 먹게 되면 앞에 놓인 생선을 토막내 맛있는 부위는 수행한 부하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꼬리만 먹었다”며 소탈하고 정이 많은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는 아울러 “정회장은 회의시간에 늦는 것과 약속을 핑계로 회의석상에서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며 “스스로도 회의시간에 늦으면 엘리베이터 대신 층계를 뛰어올라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