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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급증하는 ‘빚 중독’ 미국인


미국인에게 신용 대출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가 됐다. 미국에서는 개인은 물론 사업자, 심지어 주정부와 연방정부까지도 대출을 통해 그들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이런 부채를 이용한 경영에서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5000억달러에 육박할 연방 재정적자를 내년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미국의 국채규모는 의회가 규정한 상한선인 7조4000억달러에 이미 도달했으며 주헌법에 의해 균형예산을 맞춰야만 하는 대부분의 주정부가 안고 있는 내년도 부채는 7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모든 악조건 속에서 미국이 부채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큰 부담은 부채 경감 대책이 일반 소비자에 주로 의존하는 현행 경제 정책에 있다.

현재 미국의 개인 부채는 현저히 상승 중이며 이에 따라 개인 파산율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개인신용 대출은 지난 5월 5% 증가한 1조760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가구당 부채액은 86년에 비해 76% 증가, 연차 가처분 소득분보다 110% 많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엘리자베스 워런 법학 교수는 기초단위 가정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가정할 때 이미 미국의 사업 환경은 그 한계 능력을 벗어나 지불 능력을 상실한 부도상태라고 말한다. 매년 더 많은 개인들과 가족들이 부채를 관리해 갚기보다는 파산신청을 선택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고 있다.

최근에 하원에서 통과되고 상원에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파산개정입법안이 앞으로 미국의 개인파산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주목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이전에는 누구나 쉽게 파산신청을 할 수 있었던 채프터 7 법안에 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파산신청을 까다롭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채문제해결 브로커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등 파산신청을 통해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이전의 채권자쪽 입장보다는 개인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단계적으로 부채액을 갚으려는 채무자의 입장에서 부채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아이오와주)는 이제서야 파산개정입법안을 다루는 것이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면서 이 새 법안은 지난 20년 동안 파산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어온 그의 성과라고 말한다. 이미 이 법안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는 거부당했지만, 이번에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당연히 서명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그들의 파산신청이 어려워지는 새 법안에 대해 반대입장이다. 최근의 케임브리지 소비자 신용도 인덱스의 조사에 의하면 거의 4분의 3의 미국인들은 이 법안이 개인 채무자들이 빚을 줄여나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그외에 국회 안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이 있는데 그 이유는 파산신청을 어렵게 하는 것이 미국의 소비자 부채문제를 없애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안이 아니라 현재의 개인 부채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신용카드 회사들의 적극적인 로비에 부응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국가’라는 책의 저자 로버트 매닝은 이미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임을 알면서도 돈을 뀌어주는 은행과 같은 기관에 대한 처벌로서도 파산신청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소비자들도 신용카드 신청서에 서명하기 전에 자신은 이미 갚을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타깃으로 삼는 신용카드 발행기관의 희생양은 되고 있지 않은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카토인스티튜트의 자코보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소비자로서 우리들은 신용카드로 돈을 청구할 권리는 없다며 어떤 소비자들은 이미 이 시스템을 남용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무담보 융자에 의한 부채를 갚아나갈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프터 7 법안을 이용한 파산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결과에 의하면 10%의 개인 파산신청자들이 이후에 또다시 파산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하여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기업들과 무책임하게 카드를 신청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들 어느 쪽이나 또는 둘 다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부채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만일 개인 소비자들이 부채 문제에 있어서 더욱 책임성을 가지게 된다면, 아마도 연방정부를 비롯한 정부기관 또한 부채문제에 대한 다른 입장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신용카드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미국의 부채 문제 해결 과정은 우리나라에서 개인부채 문제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발전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이다.

/권유진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