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방카슈랑스 한달앞으로] 폭풍전야 보험업계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22 09:50

수정 2014.11.07 15:38


보험업계에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 판매)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광대한 지점망을 판매채널로 활용할 경우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다양한 판매채널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회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판매제휴를 끝내고 보험 자회사 설립(인수) 등을 통해 보험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기존 보험사의 시장점유율 등 외형은 물론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판매채널의 변화로 인한 23만여명(2003년 3월 말 기준)에 달하는 설계사의 대량실직이 불가피하고, 상품판매 제휴가 어려운 중소형 보험사는 퇴출 유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생명보험사중 7∼8개사가 생존이 어려워 인수합병(M&A)되거나 퇴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방카슈랑스는 보험 판매채널 재편을 통한 보험료 인하 등 고객 서비스 증대와 함께 보험산업을 포함한 국내 금융산업 재편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설계사 대량 실직 예고=방카슈랑스 시행으로 은행의 광범위한 지점망이 새로운 판매채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반면 설계사(모집인)나 대리점을 포함한 기존의 ‘대면형’ 판매조직은 급속히 와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경 보험개발원 동향분석팀장은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설계사나 대리점을 통한 상품판매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팀장은 따라서 “보험사들도 판매분야의 비용절감과 경쟁우위를 갖춘 판매채널 구축을 위해 종전의 판매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럴 경우 지난 3월 말 현재 생명보험 17만명, 손해보험 5만7000명 등 22만7000여명에 달하는 설계사중 60∼70%가 직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 전문화된 컨설팅형 판매조직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산업 구조개편=세계적 컨설팅회사인 트로우브릿지사 글로벌보험부문 오웬 라이언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가 시행될 경우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22개에 달하는 생명보험사중 7∼8개사가 M&A를 통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보험시장의 구조조정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이 은행에 비해 점포망, 유통비용 등 영업경쟁력은 물론 자산운용 노하우, 안정적 이미지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급속한 계약이탈과 신계약 감소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방카슈랑스는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종전의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업종간 전략적 제휴, 상호지분 참여, M&A 등을 통한 금융산업 구조개편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이밖에도 국내 보험사의 대형화, 겸업화와 함께 외국보험사의 시장점유율 확대 등 국내 보험시장의 글로벌화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료 인하 등 서비스 업그레이드=미셀 캉페아뉘 알리안츠생명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사들이 은행을 통해 보험을 팔게 되면 효율성이 제고되고 판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는 보험료 인하 효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은행에서 보험을 팔 경우 보험료가 10%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또 국내 보험업계의 상품개발 능력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기존 푸시형 영업전략을 수정하고 부유층 고객을 중심으로 생애재무설계서비스, 금융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세무 및 상속 등의 각종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적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전야와 같은 대격변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보험사들이 그들앞에 닥친 ‘기회와 위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극복해 나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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