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기대되는 성장동력 계획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22 09:50

수정 2014.11.07 15:36


최근 들어 한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많다. 심지어 L자형 성장추세를 보이면서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까지 논의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한국경제가 90년대 후반 이후 성장잠재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경제 및 산업구조의 전환기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변곡점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안정적 성장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지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지 8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1만달러의 함정’에 빠져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그전까지 8% 수준에서 5%대로 줄어들어 있다.


일본이 1981년에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뒤 6년만인 지난 1987년 2만달러를, 그리고 5년 후인 1992년에 3만달러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경제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국민소득 창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한국산업은 1997년 금융·외환위기 이후 세계적 기준(global standard)에 입각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래 성장잠재력을 배양하고 경쟁력을 확충하는 데는 미진했다.

이에 따라 소득전환기에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요구나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에 세계경제 환경은 향후 3년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지식·정보혁명, 세계적 네트워크 경제 및 지구환경 보전 등 새로운 조류가 국가와 기업을 에워싸고 있다. 향후 생산 및 수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표준화,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줄 첨단기술개발 및 산업화 등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세계적인 산업 및 기술의 사다리에서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조차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에서는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경쟁관계가 재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업은 세계적인 산업의 주도권 이행과정에서 첨단기술 집약적 산업에 특화하고 있는 선진국과 중·저급기술 산업에 특화하고 있는 후진국 사이에 끼여 고사(nut-cracked)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향후 한국경제를 이끌고 나갈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응하여 국내산업구조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올라탈 수 있는 돌파구(breakthrough)를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한국산업의 경쟁력이 대부분 하락하고 있고 중국과의 격차는 4∼7년에 불과한 급박한 상황에서, 향후 5∼10년을 목표로 선제적이면서 종합적인 위기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향후 5∼10년 이후 한국경제를 주도해 갈 차세대 성장동력(growth engines)을 발굴하여 국가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산·학·연·관이 지혜를 모아 차세대 성장동력을 제시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아 있는 중요한 일은 이러한 계획을 국민적 합의에 부치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발굴 및 육성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차제에 여러 갈래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정과제들을 종합·연계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많은 국정과제들로 얽히고설켜 있는 실타래를 꿰뚫을 수 있는 하나의 핵심단어(key word)가 필요하다.
융합(fusion)이나 디지털 접목(digital convergence) 등이 식상한 표현인 것 같지만, 실상 그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정확히 채워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에서 다시 제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박중구 산업연구원 산업연구위원·경제학 박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