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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장기화 수출물량 ‘바닥’] 美에만 3만여대 주문적체


현대자동차 장기분규로 인한 충격파가 국내에서 해외로 번지고 있다. 파업장기화로 9만대 이상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면서 미국, 유럽의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미국의 수출 주력차종인 그랜저와 싼타페는 3만여대의 주문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할 차’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 모기업의 파업으로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은 모두 ‘죽을 맛’이다. 조업률이 절반 이상으로 급감한 것은 물론 일부 기업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임시 휴업을 한 경우까지 있다.

이에 각 계에서는 “파업을 중단하고 노조원들은 서둘러 일터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출시장도 ‘빨간불’=현대자동차의 파업이 한 달을 훨씬 넘기면서 내수시장의 공급 차질에 이어 수출피해까지 증폭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내수 침체로 생산물량을 수출로 돌려 해외 시장의 재고가 쌓여 있는 바람에 수출시장은 직접적인 타격이 적었다”며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해외시장의 재고가 급속하게 소진되면서 수출 전선에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출 주력차종인 그랜저XG와 싼타페(미국시장)의 경우 1만7000여대의 계약이 밀려 있고 클릭(유럽시장)은 2만여대의 계약고를 기록했으나 이미 ‘주문 적체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파업이 8월초까지 이어질 경우 정상 가동 후 선적 기간까지 감안하면 현지에서의 정상판매가 사실상 힘들어질 전망이다.

현대차 수출담당 관계자는 “내수시장과 달리 해외시장에서는 딜러망이 흔들릴 경우 복귀하기 힘든 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초대할 수 있다”며 “어렵게 구축한 해외 판매 네트워크가 흔들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위기감’ 증폭=범퍼 등 자동차 의장용 부품업체인 영풍기계(현대차 협력업체)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안돼 부품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파업으로 공장 라인마저 올스톱돼 하루평균 1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조업손실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회사의 휴업 조치에 사원들은 “현대차 노조가 중소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 회사의 한 근로자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 충격이 하청 중소기업에 얼마나 치명적으로 와닿는지 현대차 노조원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영풍기계처럼 현대차 파업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은 줄잡아 3000여개 업체. 1차 하청업체 500개, 2차 하청업체 2500개 등 협력업체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생산손실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조업률은 평균 50% 이하로 떨어졌고 납품을 하지 못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시민들도 “파업은 이제 그만”=현대자동차 파업이 장기화되자 노조원 내부에서 뿐 아니라 울산시민들도 파업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울산시소상공인연합회(회장 이상하)는 최근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에서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현대차의 경제적 영향력으로 볼 때 기업의 주인은 사측도 노측도 아닌 국민”이라며 “산업현장에서 연일 이어지는 시위와 파업, 노사정의 강경대치 등으로 인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원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임단투(임금 및 단체협상 투쟁) 왜 이리 더딘가… 휴가 전 타결이 힘들다면서 협상은 왜 하나. 솔직히 짜증난다” “현대중공업은 지금 축제 준비 중이란다. 임협이 조기타결돼 창립기념일 파티도 성대하게 한다는데…” “이제 휴가 갑시다. 사측 임금협상 제시안을 보니 현대중공업보다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는 등의 불평의 글 게재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