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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집단소송제 보완 요구] 악의적 소송땐 기업만 피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3년 만에 입법화될 전망이어서 직접 이해당사자인 재계와 입법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가 시행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국회 법사위 소위 합의 법안이 ‘악의적 소송 빈발에 따른 선의의 기업 피해’를 막는데 미흡하다며 보완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소송 허가 요건이 지나치게 강화됐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여?^야의 최종 조율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남소방지 허술…우량기업 피해 우려=재계가 소위 통과 법안중 부정적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문제 삼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주식 지분율 0.01% 또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경우 1억원 상한을 정한 소송 허가요건은 악의적 소송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00억∼3000억원이 73%를 차지한다. 0.01%의 지분이라면 주식가액 100만원에서 3000만원이면 모두 소송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전체 주주로 보면 1만분의 1명이 소송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

전경련 신종익 상무는 “실질적으로 남소 방지에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며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 경영 및 주가상태가 좋은 우량기업에 대한 소송이 더 많아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담보제공의무로 악의소송 차단해야”=소송허가 절차 역시 금감위의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소송을 당하게 되면 혐의만으로도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된다며 금감위의 시정조치를 받은 사건에 한해 허가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원고에 대한 담보제공 의무를 두지 않은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왜 1억∼2억원 정도를 공탁금으로 내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전경련은 “명확지 않은 소송건은 담보제공 의무를 둠으로써 소송 남발과 건전한 투자자의 손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상무는 “미국도 지난 90∼94년 연평균 200여건의 집단소송이 발생했지만 95% 이상이 중간에 합의로 종결돼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소송 허가 요건 과도”=재계와는 반대로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소송허가요건이 오히려 소 제기를 옥죈다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남소방지를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과도한 소송허가 요건을 둠으로써 실제 입법된다 해도 소제기가 어려울 것이란 게 골자다.

주식지분율 요건을 넣게 된다면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보유를 요구하고 있는 탓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대표소송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발행주식이 1억7900만주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하려면 1만7900주를 보유해야 하는데, 주가가 주당 40만원선을 고려하면 시가로 70억원이 넘게 돼 이 정도의 소액주주를 모으는 게 불가능하다고 꼽고 있다.

경실련 김한기 정책부장은 “정부안에 소송허가요건으로 정한 ‘소 제기인원을 최소 50명 이상으로 한다’ 정도가 바람직하다”며 “주식지분율은 남소를 지나치게 우려한 것인 만큼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안 시행후 실제 소송이 나타나는데 2∼3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안을 지켜본 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개정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이변없는 한 8월 통과=재계의 주장에 대해 국회 법사위측은 정부안을 기본 골격으로,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의 발의 내용을 수용한 게 이번 법안의 뼈대가 됐다며 법의 통과를 내심 바라지 않고 있는 재계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제는 별 이변이 없는 한 8월 임시국회에서 전체회의 및 본회의를 통과할 게 확실시된다”며 “재계 입장에서는 이 법의 통과가 내키지 않겠지만 증권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인 만큼 시행후 입법적 문제점은 점차 보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