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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맑스·엥겔스 평전] 맑스·엥겔스 인간적 삶에 초점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31 09:52

수정 2014.11.07 15:20


■ 맑스·엥겔스 평전(하인리히 겜코브/시아출판사)

‘수도’라는 책을 아는가. 수도라 하면 서울을 의미하는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의 개념과 의미 등을 다룬 책일까. 아니다. 이 책의 정확한 이름은 바로 ‘자본론’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Capital:자본론’이란 책이 한국에서 금서였던 까닭에, 숨어서 이 불온(?) 저작물을 읽고 공부하던 시절, 편법을 동원하여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자본론을 쓰고 편집한 맑스와 엥겔스, 이 두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론과 주장이 오류이며, 그들이 꿈꾼 세상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불가능한 말 그대로 ‘유토피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고 주장했고 실천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노동운동, 여성, 환경, 출산휴가, 복지 등 오늘날 노동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개념과 주장은 그들로부터 나온 것들이다. 자본주의가 초기의 폭력성과 원시성에서 벗어나 이토록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세련된 시스템으로 군림하게 된 힘은 상당 부분 맑스와 엥겔스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맑스?^레닌주의 연구소의 연구위원이자 부소장을 지냈던 하인리히 겜코브가 저술한 ‘맑스?^엥겔스 평전’(김대웅 옮김)은 차별과 억압 없는 세상을 꿈꾼, 순수의 열정으로 세상을 살다 간 두 사람의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치고 있다. 이 책은 명망 있는 변호사이자 법률 고문이었던 아버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맑스와 부유한 상인이자 방적 공장주의 아들로 태어난 엥겔스가 부와 성공이 보장되는 출신 계급을 버리고 젊은 나이에 노동자의 편에 서게 된 과정과 그들이 생각하고 꿈꾼 미래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는 사회주의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준 딱딱한 이론가이자 철저한 사상가로서의 모습보다는 사랑과 우정, 질책과 격려의 편지를 나눈 절친한 친구로서, 사랑하는 아내를 둔 따뜻한 남편으로서, 자녀에게 자애롭고 다정한 아버지로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노동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파하기 위해 몸으로 실천하는 지도자로서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1850∼70년까지 맑스와 엥겔스가 서로에게 보낸 1300여 통의 편지들, 그들이 남긴 각종 문헌들을 통해 맑스와 엥겔스의 사상과 정치 철학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객관적으로 밝혀, 그 동안 왜곡되어 온 두 인물의 진실을 보여준다.


맑스는 1873년, 엥겔스는 그로부터 12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도 그들이 남겨 놓은 유산은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과 생활에 면면히 녹아 흐르고 있다.


인류의 진보를 위해 한 평생 헌신한 그들의 투쟁, 그리고 그들의 활동으로 인해 오늘날 인류가 누리게 된 혜택들. 이 책은 그들이 살았던 치열한 삶의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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