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호남유화 화재 ‘후폭풍’ 거세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5 10:11

수정 2014.11.07 13:27


지난 3일 발생한 전남 여수 화학공단 내 호남석유화학 화재 사고 여파로 약 3개월간의 정상조업 차질과 수백억원대 매출 손실은 물론 일부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30여년이 넘은 공장들이 즐비한 여수산단 입주업체들에 대해 대대적인 안전진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유화업계에 ‘호남유화 화재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롯데, 유화부문 주력육성계획 차질=호남유화는 36만t 시설중 약 15만t의 공장이 전소, 시설 피해금액이 약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시설피해 복구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산시설 파괴에 따른 매출손실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영국 세종증권 연구위원은 “호남유화는 이번 화재로 고밀도폴리에틸렌(HDPE)라인이 2∼3개월가량 정상조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최소 100억∼300억원가량의 매출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남유화는 최근 LG화학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 LG화학과 더불어 국내 유화업계 양대산맥으로 급부상했다.

롯데그룹은 현대유화 인수 후 석유화학 부문을 유통과 더불어 그룹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화재로 이같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유화제품가격 급등할 듯=호남유화 공장의 HDPE 생산시설에 발생한 화재로 조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HDPE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재 이후 주말을 맞이해 거래는 없었으나 주요 바이어들과의 통화 결과 HDPE의 동남아시아 거래가격이 이번주 들어 최소 t당 10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HDPE 생산기업은 호남유화(연산 36만t)를 비롯해 대한유화(39만t) 대림산업(38만t) LG석유화학(26만5000t) 현대석유화학(22만t) SK㈜(19만t) 삼성아토피나(17만5000t) 등 7개 기업이 있다.

이들 HDPE 생산기업들은 호남유화 사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호남유화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상황 집계가 아직 덜 끝났다”면서도 “HDPE 뿐만 아니라 에틸렌글리콜(EG)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생산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들 품목들의 가격 또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호남유화 대책마련 분주=사고 3일째인 5일 호남유화 본사직원들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신대방동 사옥으로 출근해 사고수습에 나섰다.

호남유화는 사고 당일 곧바로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피해상황 집계 및 사후 대응방안에 착수했다. 그러나 여수시 경찰서 측에서 사고 현장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한데다 폭발에 따른 시설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정확한 피해규모 및 금액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측은 화재로 인한 사망자 유족 및 부상 가족들과 보상금액을 놓고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노동자들이 이번 화재가 회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여수는 물론 울산 유화 컴플렉스 단지 입주기업들이 대부분 건설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화된 설비인 만큼 제2의 호남유화 사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며 유화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진단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실제 여수 산단에서는 지난 89년부터 12건의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