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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대책 그후 한달] ‘잠깐 약발’ 집값 다시 오름세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06 10:11

수정 2014.11.07 13:27


재건축 시장에서 최후의 정책수단으로 일컬어지던 ‘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소평형 의무비율 확대를 뼈대로 한 9·5대책은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하에 있는 재건축 추진단지의 투기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기존 대형 아파트의 희소성 부각과 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을 오히려 끌어 올리는 부작용을 양산시켰다. 또 일부 중층 단지의 경우도 지난주부터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약발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9·4대책’의 ‘약효’가 2개월 이상 지속된 것에 비하면 이번 9·5대책은 약발이 그만큼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9·5대책 발표 후 지금의 아파트값 현황과 향후 집값 전망을 알아본다.


◇9·5대책 후 아파트값 동향=대책 발표 이후 2주간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지난 8월 3.08%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9월들어선 대책발표 직후 2주간의 조정에도 불구,월평균 2.55%의 변동률을 보여 여전히 오름세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5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던 10층 이상의 중층 아파트도 하락세를 접고 지난주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6억7000만∼6억8000원까지 조정됐다가 재반등, 최근 6억9000만∼7억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는 대책발표 이전 최고점이었던 7억3000만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9·5대책 이후에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인 주요 아파트를 살펴보면 송파구 신천동 시영아파트 20평형은 지난달초 평균 6억9500만원선에서 현재 8억1000만원선으로 1억원 이상 뛰었고,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 21평형도 1개월새 7500만원 오른 6억500만원선이다.

이밖에 강남구 일원동 현대사원,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 도곡동 동신1차, 잠원동 한신7차 등이 모두 1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9·5대책 이후 집값이 하락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3단지 25평형, 강동구 둔촌동 주공1단지(저층) 22평형, 고덕동 주공2단지 18평형 등으로 500만∼1500만원 빠지는데 그쳤다.

◇정부대책 ‘풍선효과’만 유발= 정부의 9·5대책도 여전히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른다는 ‘풍선효과’의 부작용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서울 강남일대 중대형 평형의 기존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분양권값이 반사이익을 보며 가격이 급등했다. 또 중소평형 의무비율을 적용받지 않는 곳(지난달 4일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한 재건축 단지)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울·수도권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부산·대구 등지방 대도시로 몰렸고, 경기 성남 분양신도시로 눈길을 돌렸다. 부산지역의 경우 지난 2일 수영구와 해운대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전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건교부 조사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지난 5월 분양한 ‘e-편한세상(1190가구)’ 아파트의 분양권은 전체의 80%가 넘는 913건이 손바뀜됐을 정도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 청약에서는 32평형이 135가구 모집에 모두 1만6000명이 청약, 1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이같은 청약과열 현상은 대부분 서울·수도권지역의 ‘원정 떴다방’들이 청약통장을 대거 매집해 청약한 결과라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부산 해운대 양지공인 박창수 소장은 “외지에서 몰려온 가수요자들이 분양권을 사고 파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에 나서면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 지방 토지로 몰려=지난 2일 건설교통부가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대전·충남·북 지역의 토지거래 면적은 18만2000여 필지에 2억7500여㎡로 이 가운데 관할 시·도를 벗어난 지역 주민에 의한 거래면적은 대전 23%, 충남 53.1%, 충북 50.4%였다. 특히 충청권에서 서울 주민에 의해 거래된 토지면적은 대전 12.9%, 충남 21.1%, 충북 23.2%를 기록했다.

이는 각종 규제가 심한 수도권지역 주택시장과 토지시장에서 눈을 돌린 ‘큰 손’들이 대거 지방 토지로 눈을 돌렸다는 증거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를 꼽히는 지역에서 대거 토지매입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 대책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규제에 의한 집값 안정대책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했다.

◇저금리 지속…투기수요 차단 부족=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대체 투자수단을 찾지 못한 400조원에 이르는 시중부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맴돌고 있어 당분간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집값의 경우 재건축 규제 등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공급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05년께는 공급부족에 의해 또 한차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강남 공급분의 감소로 강남지역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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