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인 21살인가요(Are you 21?)’.
미국 헐리우드 배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술취하지 않는 약’이 외신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
‘RU-21’ 이라는 이름의 이 약은 본래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첩보원들이 기밀을 손쉽게 빼 낼 목적으로 상대방과 술을 마시기 전에 미리 복용, 자신은 제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은 술에 만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래서 일명 ‘KGB 술’이라고도 한다.
현재 이 약물은 미 캘리포니아주의 스피리트 사이언시스사에 의해 미국내에서 수입·판매되고 있으나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효과나 안정성에 대한 검증은 거치지 않은 상태다.
RU-21은 술에 취하지 않는 효과는 없으며 단지 일부 복용자에서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 약을 출시한 미국의 스피리트 사이언스사는 RU-21을 복용하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을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화시키는 효소의 생성을 억제, 술에는 취하지만 숙취와 그에 따른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RU-21의 주성분은 ‘호박산(succinic acid)’ 등으로 마신 술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화하는 과정을 막아 숙취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고 스피리트 사이언스사는 밝히고 있다.
숙취를 느끼게 만드는 주범은 술을 마신뒤 몸에서 무독성 물질로 처리되지 못한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체내에서 각종 장기에 독성물질로 작용, 심지어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가면 간 속에 있는 ‘알코올 디하이드로제나제’라는 분해효소에 의해 알콜이 독성이 없는 성분(물과 이산화탄소)으로 분해된다.
이 효소의 존재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알코올의 용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몸속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고 그 다음날 숙취를 일으킨다.
국민의 대부분이 알콜을 대사하는 효소가 유전적으로 부족한 한국인의 경우,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알코올 디하이드로제나제의 분해 용량을 넘어선 알코올이 무독성 물질로 바뀌지 못하고 혈액안의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KGB는 이 약을 2차대전 직후 발명했으며 지난 99년 이 약품에 관한 내용이 기밀분류에서 해제돼 러시아과학아카데미의 전문가들에 의해 상업화됐다.
/조남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