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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작가 우화 ‘페릿’으로 복귀] 리처드 바크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1.08 10:36

수정 2014.11.07 22:25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갈매기의 꿈’의 작가 리처드 바크(67). 그는 ‘갈매기의 꿈’ 이후 총명하고 선량한 족제비과 동물인 페렛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페렛’(전5권·현문미디어)을 들고 오래간만에 독자를 찾았다. First-Class 경제지 파이낸셜뉴스는 미국 워싱턴주 샌환 부근 외딴 섬의 통나무집에서 10마리의 페렛과 함께 살고 있는 리처드 바크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주>
-‘갈매기의 꿈’은 지난 70년에 출간된 이래 40개 언어로 번역돼 지금까지 4000만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이번엔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라 땅에서 인간들에게 사랑을 받는 ‘페렛’을 주인공으로 했는데, 오랜만에 우화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책을 읽을 때면 우리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서 기만과 속임수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물들의 눈을 한 번 들여다 보세요. 그들에게는 아무런 가식이나 가면이 없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눈에 보이는 외양과 똑같지요. 동물들은 있는 그대로 믿고 신뢰할 수가 있습니다. 기만이나 속임수가 없는 책을 쓰자면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세상을 배경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주인공 ‘페렛’은 어떤 동물인가요.

“페렛은 보기만 해도 즐겁고,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동물입니다. 또한 유머 감각이 뛰어나며 행동과 모험을 사랑하지요. 페렛들의 그러한 자질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을 떠올립니다. 악과 원한과 전쟁과 범죄를 뛰어넘은 존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페렛들이 사는 세상이 아닐까요.”

-당신은 작가의 말에서 ‘나는 어떤 작품보다도 ‘페렛 시리즈’를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만들어낸 어떤 등장인물들보다 페렛들과 훨씬 더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페렛이 전쟁이나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점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페렛들은 그들의 고향이었던 혹성을 거의 모두 파괴하고 난 후에 전쟁을 거부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지요. 그들은 전쟁이나 폭력이 없이도 모험을 할 수 있으며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생명을 파괴하는 대신,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사납게 포효하는 바다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당신은 소설 ‘환상(Illusions)’, ‘영원을 건너는 다리(The Bridge Across Forever)’ 등에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신비주의나 신의 영역으로 넘나들며 자유와 영원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가정신의 출발점은 어디입니까.

“오래 전에 저는 제 인생을 온통 뒤흔들어 놓을 만큼 강렬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의 존재가 아무런 의미 없이 무작위로 생겨난 생명이라고 믿지 않게 되었지요. 어떻게 보면 짧은 세월을 지내온 우주 안에서 중간 크기의 은하계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보잘것없는 태양계의 작은 혹성 표면에서 육체 속에 갇혀 있는 하잘것없는 존재라고 믿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한동안 나는 그러한 강렬한 빛과 사랑을 본 사람은 저뿐 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저와 똑같은 것을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보고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 힘을 손으로 만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각이 끝없이 저를 이끌어주고 있지요.”

-비폭력, 전쟁이 없는 세상, 자연파괴에 대한 당신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주장은 자본주의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인간들이 지향해야할 가장 궁극적인 이상은 무엇인가요.

“진실로 비현실적인 것은 폭력과 전쟁이 밝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폭력은 복수를 낳을 뿐이고 증오는 우리들 사이에 더 높고 많은 벽을 쌓을 뿐입니다.
우리는 수천 년동안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가르쳐 왔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우리 모두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빛과 사랑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진실로 누구인가’, ‘어째서 우리는 이 작은 혹성 위에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에 도전하기로 선택했는가’ 등 그것에 대해서 매일 조금씩 더 기억하는 즐거움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리=노정용기자 noj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