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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일쇼크 오나-정부 대책]물가냐 세수냐…유류세 딜레마


국내 양대 항공사가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응급지원을 요청하고 나서는 등 유가급등에 따른 산업계 등의 피해가 점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딜레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4%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물가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부담을 대체할 유력한 수단으로 민간연구기관에서 권고중인 교통세 등 유류세 인하는 세수감소에다 실효를 장담할 수 없다며 망설이고 있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서민?^중산층의 물가부담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세수감소 우려 유류세 인하 난색=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2일 “유가대책으로 교통세를 비롯한 유류관련 세금인하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교통세를 10원 내리면 연간 세수감소가 5000억∼6000억원에 달하고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유가상승이 공급 측면이 아닌 ‘국제정치·경제학적 리스크’에서 촉발된 문제인 만큼 단기대책으로 세금을 내린다 해도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유가상승을 장기화로 간주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재계가 올초 이미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300원으로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고려할 때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며 휘발유 교통세 인하를 요구한 점을 볼 때 정부가 세수증대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전경련 등의 자료를 보면 휘발유 세금은 2006년까지 매년 1조5000억원 이상 늘어 2006년의 경우 2000년도보다 약 10조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일선주유소에서 세금인하분 만큼 휘발유가격을 인하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나 별도의 보완조치를 강구하면 될 것”이라며 “에너지 사용억제보다 소비심리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단기대책도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절약 초점 속 물가부담 커진다 지적=정부 대책이 주로 석유수요가 큰 다소비사업장 등에 대한 절약 강화, 장기효과를 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 일반 국민의 물가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잇단 대책회의를 열어 27개 고유가 대응계획을 추진중이나 에너지 사용 억제 측면에 대한 비중이 커 오히려 경기 침체 폭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최근 고유가 대책은 가격부문 흡수보다 소비자 전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4%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통세를 건드리는 게 정부로서는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유가대책을 추진한다면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비자에게 과중한 부담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안이한 시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 유가전문가는 “자원외교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했으나 이는 오히려 근시안적 대책”이라며 “이제야 말로 최고통수권자가 직접 나서 중동 순방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석유공급에 차질이 없다’란 호언도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