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n사설]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지난 27일 규제개혁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오는 2006년 7월까지 2년 동안 시한을 정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경쟁제한, 금융, 토지 등 10개 핵심분야를 대상으로 7800여개 기존규제를 원점에서 집중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규제개혁기획단에는 삼성 등 10대그룹 실무자들이 참여해 과거 어느때보다 기업개혁에 실효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수요자의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어 이번 규제개혁기획단에 거는 기대는 크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의 목소리는 요란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규제혁파는 없었다. 기업들이 공장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에만 180일이 걸리고, 골프장 인허가에 수백개의 도장을 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요즘도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이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이번에는 엄격히 심사해 해결해주겠다니 기업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과거의 규제개혁을 보면 부처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현안들이 조율되지 못하면서 규제개혁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이 규제개혁을 주도하고 있어 과거 어느때보다 부처간 조율이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공정거래위원회측은 규제개혁기획단이 출범한 이날, “출자총액제를 3년 후에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혀 규제개혁을 둘러싼 부처간 정책혼선을 여전히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대표적인 기업의 규제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기업규제개혁의 상징성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단순히 인허가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출자총액제한제나 기업도시건설, 부채비율규제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굵직굵직한 부분까지 큰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업도시건설만 해도 균형발전이란 미명 아래 지방은 가능하고, 수도권은 안되는 식으로 고집을 피운다면 기업활동을 위한 규제개혁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현안들이 현정부의 철학과 ‘개혁로드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규제개혁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면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