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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의 삶과 도전-최상호(6)]아무도 예상못한 ‘깜짝우승’ 연출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1 12:04

수정 2014.11.07 12:33


이렇듯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대선배들에게 갓 프로에 입문한 ‘루키’가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대형 즐길거리가 생겨 좋았으나 최상호 본인으로서는 그 숨막히는 상황을 견뎌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날 마신 술도 덜 깬 상태였으니 그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 어드레스를 취하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지금 생각해보면 혼비백산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때를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거기다가 사상 최초로 TV 카메라까지 동원됐으니 오죽했겠는가”라며 최상호는 당시를 회고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는 시구처럼 소위 최상호가 향후 만들어 갈 ‘신화창조’를 위한 가벼운 홍역에 불과했다.
정신을 가다듬은 최상호는 한 샷 한 샷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샷은 홀을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인인 나로서는 져봐야 본전인 게임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마음이 편해졌다. 또한 대선수들과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라운드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마음먹게 되자 오히려 경기는 술술 잘 풀려 나갔다.”

그날 최상호는 골프를 정말이지 열심히 쳤다. 골프에 있어서 ‘열심’이라는 표현이 다소 적절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당시 그의 모습에서는 그보다 더 나은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스코어가 한 타 한 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날만 5언더파 67타를 쳤다. 새까만 후배의 페이스에 말린 한장상 프로는 1오버파를 쳤고 김승학 프로는 그보다 더 무너져 최종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최종결과는 최상호 10언더파 278타, 한장상 7언더파 281타였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말그대로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깜짝쇼’를 무명의 최상호가 연출한 것이다.


뉴코리아 멤버들은 우승을 확정짓는 퍼팅이 끝나기가 무섭게 너무나 기뻐서 그린으로 뛰어 올라가 춤을 추며 좋아했다.

훗날 최상호는 신인에 걸맞지 않는 플레이가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스코어가 나아진데다가 3라운드에서는 코스레코드까지 세우게 되어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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