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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외국 R&D센터 한국진출 러시


기술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우리나라에 연구개발(R&D)센터 건립계획을 밝히고 있다. 올해 초 IBM, 인텔, 프라운호퍼연구소 등이 R&D센터를 국내에 세웠다. 지난달에는 HP, 듀폰, 지멘스 등이 R&D센터를 설립했거나 할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통신, 전자, 생명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의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가 정부통신부와 R&D센터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기업들의 투자부진이 경기침체의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설비투자는 아니지만 외국인의 R&D투자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외국기업을 유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돼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은 한국이 정보기술(IT)분야의 ‘테스트베드’(신기술의 시험무대)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지적한다. 외국기업들은 이밖에 우수한 연구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 정부의 세제혜택과 자금 지원 및 초고속통신망 등 잘 갖춰진 IT인프라를 진출 이유로 꼽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R&D센터가 속속 국내에 자리잡을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국내의 우수한 연구인력이 세계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에서 경험을 쌓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마냥 즐거워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선 R&D센터가 창출해낼 수 있는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외국기업들은 기존 연구인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연구인력이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기업들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과실은 중국시장에서 거두겠다는 게 이들의 속셈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된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서서 잘 갖춰진 국내 인프라를 우선 활용하는 길이 모색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