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영 뉴욕포커스]美 대선 결과의 의미/미국 롱아일랜드대 교수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3 12:05

수정 2014.11.07 12:26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가 반세기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로 치러졌다.

전세계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예측불허의 치열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으나 결과는 의외로 부시 현 대통령의 승리로 가닥이 잡혔다.

보통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경제가 호황이면 집권당 후보가 재선되고 그렇지 않으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러한 면에서 국내외적 경제상황과 선거결과를 결부시킬 때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공황 이후의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부시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미국의 일자리 수가 줄었고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 경제정책인 감세 정책만 해도 그 성과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그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 역시 50%선을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선전은 과거와는 달리 경제문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미국인들은 그들이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전세계에 확실하게 드러냈다. 9·11테러라는 사상 유례 없는 미국 본토 피격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극도로 분열되어 있다.

글로벌 테러리즘에 대한 국민적 위기의식이 현재의 독특한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매스컴에 등장하여 미국 국민들을 위협하고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치려는 오사마 빈 라덴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이라크에서 들려오는 미군 사상자 소식, 세계 각국에서 전해오는 반미주의 등에 대항하여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믿음을 지키려는 보수적 가치관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뽑은 대통령이지만 그 영향력이 전세계적이라는 데 있다. 특히 세계경제의 규모와 방향을 그들이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좋든 싫든 미국 대선의 결과와 이에 따른 정책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월가에서는 이번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기존의 정책이 보다 예측 가능하며 전통적으로도 공화당이 좀더 친기업적인 정책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중동지역에 대한 강경 정책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국제 테러 위협이 높아지면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수 있고 이는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유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에는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달러 가치회복과 고용창출 그리고 엄청난 재정, 무역적자 축소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대북 정책을 비롯한 외교적인 면에서는 힘의 우위를 통한 패권, 안정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동지역에 힘의 중심이 치우쳐 있는 이상 직접적인 대북 압력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북한핵문제 역시 북·미 직접 협상은 피하고 지속적인 6자 회담 속에 묶어둠으로써 다자간의 안전 보장을 선호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 결과가 일부에서 우려한 것처럼 ‘호황 대 불황’ 혹은 ‘전쟁 대 평화’라는 식으로 세계를 양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주식회사 미국이라는 초거대 조직의 운영 시스템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