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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박황배 대산문학상수상한 교수…이상시전집 스페인어 번역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4 12:05

수정 2014.11.07 12:24


“이상(李箱)은 20∼30년을 내다본 천재다. 27세에 요절한 그는 백부의 양자로 입양됐고 신동소리를 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한국인으로서 일본어를 사용해야 했던 시대적 이중성을 경험했다. 또한 그는 말년엔 폐병환자로서의 내적 갈등을 모두 끌어안고 세상을 그려나갔다. 그런 그의 경험은 당시 난무하던 모든 ‘이즘(ism)’을 초월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그는 모든 ‘이즘’을 몸 안에 담고 시로 승화시켰다. 그런 ‘천재작가’ 이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지난3일 이상의 시 98편을 스페인어로 번역한 ‘이상시전집’(원제:A vista de cuervoy otros poems; 오감도 및 다른 시들)으로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수상한 미국 시타델대학교 박황배 교수(59)는 이상의 시를 번역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부터 문학을 좋아한 박교수는 미국대학에서 서문학을 가르치는 최초의 한국인 교수다. 그는 외국어대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원과 미국 뉴멕시코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줄곧 미국에서 살아 세 언어뿐 아니라 각 문화에도 익숙하다. 번역문학을 잘 할수 있는 토양이 잘 갖춰진 셈이다.

번역문학은 다른 순수문학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원문이 있고 그것이 다른 언어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시(詩) 번역의 어려움은 산고(産苦)에 비유된다.

“번역문학은 재창조의 과정이다. ‘번역자는 반역자도 될 수 있다’는 서양속담은 번역문학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해준다. 특히 시의 끝맺음과 운율을 처리하는데 어렵다. 문화적 차이로 완역해도 원문의 뜻이 전달되지 않을 때도 많다. 진정으로 시를 좋아하고 여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황지우의 시를 번역해보고 싶다”고 박교수는 말했다. 황지우의 언어감각과 창조성을 좋아하는 것이 그 이유다.
앞으로 황지우 시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하겠지만 그것 또한 박교수에게는 숙제이자 또다른 즐거움이다.

그게 그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다.
자신에게 숙제를 던지고 그것을 차근차근 완수해가는 것. 박교수는 “그렇게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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