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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행정수도’ 농민들의 고통/함종선기자


“기획부동산에 사기당하고 정부에 또 한번 속았습니다.콩나물값까지 깍아가며 알뜰살뜰 살림하는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부동산개발회사로 직장을 옮긴 전 직장동료의 권유로 지난 봄 충남 홍성군 임야 150평을 3000만원에 산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김씨의 전 직장동료는 ‘대박’을 꿈꾸는 순진한 소액 투자자들에게 개발예정지 인근 땅을 비싼값에 파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직원이었고,김씨는 그 기획부동산의 ‘먹이감’이었다.

김씨는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땅을 산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행정수도가 이전되고 홍성군에 충남도청이 들어서면 원금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그동안 스스로를 위로했다.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판정으로 김씨의 희망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젠 정부가 무슨말을 해도 믿을 수 없습니다.” 김포신도시 예정지였던 김포 장기지구 인근 주민과 행정수도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충남 연기군 주민에게서도 들은 똑같은 말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이들은 자신들의 농지가 신도시 및 행정수도 건설로 인해 정부에 수용당할 것에 대비해 농사지을 수 있는 ‘대토’를 구입했다.

그러나 신도시 축소와 행정수도 이전 무산으로 이들은 쓸데없이 비싼값에 대토를 산 셈이 됐다. 지금은 농협 등에서 빌린 대토구입자금 관련 이자부담에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이라 한다.땅과 관련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정부의 정책에 대비해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나섰던 농민들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부동산에 투자해 재산을 늘리고자 했던 서민들이다.

정부가 이들을 울리고자 ‘오락가락’ 부동산정책을 편 것은 아니다.
‘국토균형발전’과 ‘부동산값을 안정시켜 서민을 보호’하려다가 발생한 ‘시행착오’다. 하지만 정부 시행착오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크다. 정부와 기획부동산이 다를게 뭐냐는 비난이 ‘막말’이라고만 느껴지지 않는것도 이 때문이다.

/ jsham@fnnews.com 함종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