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신불자,눈가리고 아옹?/이민종기자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7 12:05

수정 2014.11.07 12:21


정부와 여당은 연내에 신용불량자 제도를 폐지키로 지난 1일 합의했다. 개인의 신용정보가 집중되고 있는 은행연합회도 최근 자료를 통해 “당국이 올해 안에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법령에 나와 있는 신불자란 용어 자체를 없애어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뜻은 좋지만 신불자란 용어가 사라지거나 신불자 제도가 없어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신불자제도 폐지가 대대적인 신용사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크레딧뷰로(CB�^개인신용정보사)를 통해 개인신용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유도함으로써 개개인의 신용평가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은행연합회는 설명한다.


신불자는 DJ정부 당시 내수경기 부양에 따른 후유증이다. 또 지난 2년간 소비회복의 발목을 잡아온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가 뉴딜적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고 하나 400만명에 가까운 신불자가 정상 경제활동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회복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소비촉진을 위해 카드부채 일시 탕감 등 획기적 신불자대책’(LG경제연구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간기관의 권고가 해답은 아니지만, 요즘과 같은 사정에서 신불자란 용어를 없애고 신용불량자 문제를 CB란 ‘병풍’으로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난 99년부터 신용카드와 가계대출, 신불자 문제를 연구해 왔다는 한 소장학자의 충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죽은 사람, 통신요금 미납자 등을 빼고 배드뱅크, 신용회복지원 등을 통해 겨우 억눌러 놓은 게 ‘신불자 366만명’인데 정부에서 안정화 추세라는 낙관론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것이 아니라 정확한 통계자료를 공개하고 실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소비회복 진작책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 lm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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