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코골이]숨멎는 무호흡증,심할땐 부정맥도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8 12:05

수정 2014.11.07 12:20


‘드르렁… 드르렁… 컥’

달콤한 수면을 방해하는 코골이는 자신의 건강은 물론, 같이 자는 사람의 숙면까지 방해한다. 옆사람이 코를 골지 않게 하기 위해 베게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지만 그 때 뿐이다. 몇 분 후면 다시 코골이가 시작된다.

하지만 코를 고는 사람의 경우 자신이 자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렁찬 코골이 소리에 가는 귀가 먹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이비인후과가 최근 난청을 일으킬만한 귓병과 환경 소음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환자 64명에 대한 청력을 조사한 결과 28.2%인 18명에게서 난청 조짐이 발견됐다.


하나이비인후과 박상욱 원장은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의 경우 그 소리의 크기가 버스가 운전 중 내는 엔진소음과 비슷한 65∼100㏈로 평균 85㏈에 달한다”고 말했다.

코골이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곤한 증상을 호소하고 대낮에도 졸리거나 일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의 경우에는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치료되면 주위사람들이 편안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도 여느 때와는 다른 상쾌한 다음날을 맞을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증상이 있나=대표적인 코골이는 ‘무호흡증’이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코를 골다 ‘컥’하고 숨이 막혀서 한동안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자기 ‘후’하고 숨을 몰아쉬게 된다.

이렇게 숨이 멎는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는 것을 무호흡증이라고 한다. 대부분 무호흡증 환자들은 한 번에 30초 이상 호흡이 정지되며, 이러한 현상이 심한 환자는 밤새 수백회씩 발생한다. 몸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부정맥, 집중력 저하, 남성호르몬 저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 중 ‘부정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으로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형태가 심방세동.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볍게 떨기만 하는 증상이다. 심장이 아래쪽의 심실로 혈액을 밀어내지 못해 고이면 혈액이 혈전으로 변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이 부정맥을 유발하는 이유는 호흡이 끊기면 혈액 속 산소량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몸은 필사적으로 숨을 쉬려 하고 이것이 심방의 압력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코골이를 그냥 놔두면 성생활에도 적색등이 켜질 수 있다. 남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발기부전, 성욕 감퇴 등을 일으키기 때문. 실제로 코골이를 겪는 많은 남성들이 부부생활 문제로 고민한다.

최근 독일 만하임 의대 카를 호프만 교수가 이비인후과 전문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서도 뚱뚱한 코골이 남성은 산소부족으로 무기력증, 정신집중 장애를 호소하거나 발기부전증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증상은 수면 중에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져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왜 코골이가 남성호르몬 분비를 저하시키고 성욕감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 경로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뚱뚱한 사람이 많이 곤다=코골이는 대부분 몸이 뚱뚱하고 목이 굵고 키가 작은 몸매를 가진 남자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뚱뚱한 사람은 표준적인 체격을 가진 사람에 비해 목안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이다.

코골이 환자의 약 90%는 목젖이나 편도가 두껍고 목 안에 가래가 자주 끓는다.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직장의 작업 환경이 나쁘거나 혹은 나이가 들어 입과 목의 조직에 긴장도가 떨어진다면 코골이가 심해질 수도 있다. 편도선 비대나 코질환이 있어 코가 막히는 사람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코골이는 나이와도 관계가 있다. 젊었을 때 심하지 않던 코골이 환자도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30∼35세의 남자 중 다섯 명 중 한 명꼴, 30∼35세의 여자는 스무 명 중 한 명이 코를 골지만 60대가 되면 남자는 10명 중 6명, 여자는 10명 중 4명이 습관적 코를 곤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