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벤처,다시 살리자-정부·업계 의기투합]新산업·기술·고용창출 일석삼조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8 12:05

수정 2014.11.07 12:18



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나름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용창출에 별 기여를 못하고 있어 실업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중소기업은 유가 등 원자재가 앙등에다 극심한 내수 침체로 앞이 안보이는 긴 터널속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그동안 빠듯하게 유지해 오던 수출채산성마저 최근 급속한 환율하락으로 순식간에 버틸 여지를 잃어 형편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결국 벤처를 다시 살려 신기술개발, 신산업 창출, 고용창출이란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자는 데 정부와 업계가 의기투합을 하게 됐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게 대규모 간담회가 열린 배경이다. 이헌재 부총리가 8일 명동 은행회관 간담회에서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 신벤처정책 펼친다=제2의 벤처붐 조성을 위해 정부가 신벤처정책을 펼치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그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벤처업계의 요구가 대폭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번에 업계가 정부에 건의한 내용은 ▲코스닥시장 진입과 퇴출이 용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연기금 투자를 확대할 것 ▲기업인수합병(M&A)제도를 혁신적으로 고쳐 벤처기업이 주식교환(스왑)을 통해 대형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구상채권의 부채탕감 등 채무재조정 허용과 양도소득세 과세이연을 허용해 줄 것 ▲벤처캐피털 활성화를 위한 엔젤의 저변확대 유도와 벤처캐피털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제한 개선, 벤처캐피털의 전문성 강화 ▲대기업 중소·벤처기업간의 납품 거래제도 개선 ▲벤처기업의 특성상 실패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 패자부활 기반 마련 등의 5개항이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이부총리가 젖은 나무에 불을 피우기 위해 석유를 뿌리는 예를 들면서 특단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을 감안할 때 보다 획기적인 지원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벤처정책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한 정부가 직접적인 자금지원책을 도입하진 않더라도 간접 자금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업계,“제도부터 고쳐달라”=벤처업계가 가장 목말라 하는 것은 코스닥시장 등 제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시장 살리기다. 사기 벤처인 파문이 잇따르면서 기술기업들이 손쉽게 진입하고 퇴출해야 할 코스닥시장 진입 기준은 매출액 및 순이익 실적기준으로 바뀌어 버렸다. 기술은 소용없고 재무제표만이 코스닥 등록 기준이 된 것이다. 이 바람에 우수한 기술기업들은 창업에 일차 성공하더라도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있다는 게 벤처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벤처간 인수합병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도 문제다. 주식교환(스왑)으로 회사를 대형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어도 양도세를 내야 하는 현향 제도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국제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매출액 1조원대의 대형벤처들이 10여개는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M&A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벤처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바뀌어야=벤처기업의 성공률은 1%에 못미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하나의 성공 벤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99개의 실패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게 벤처의 속성이다.


지난 벤처붐 당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죄다 사기꾼’이란 딱지가 벤처기업가들에게 붙었지만 그들의 경험만은 돈주고도 살수 없는 귀중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 따라서 도덕성 책임을 강화하되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 lim648@fnnews.com 임정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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